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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02. 2024

진지한 미래 /dʒindʒihanmiræ/

똑똑똑

수줍은 전갈이 왔다. 아주 진중하게 와서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내가 전할 수 있는 것들을 방금 답신으로 보냈다. 기쁜 하루의 시작이다. 




자기 계발서를 빙자한 언어학적 철학서인, '성우의 언어'를 전략적인 부교재로 선택하고 나의 학문적 깊이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감으로 녹록지 않은 한 학기를 보냈다.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깊이로 나와 동행했을까. 그런 알 수 없는 답답함은 일종의 학기 후 증후군이기도 하다. 


학기가 모두 끝나고 듣는 학생의 목소리는 언제나 특별하다. 한 학생의 메시지가 나를 다시 깨어나게 했다. 내가 가장 예뻐하는 '대학생'의 모습이라 무척 기뻤다. 


또한 부교재, '성우의 언어'가 학생들의 미래에 영향력 있는 잔물결을 끊임없이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이 더 견고해져서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 1학기에 언어학 입문 강의를 수강한 OOO입니다. 한 학기 동안 좋은 강의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몰랐던 지식들도 얻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도 나누며 여러모로 얻어가는 게 많았던 강의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대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듣는 수업을 좋은 기억을 남긴 채 끝마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제 스스로가 강의의 내용을 완벽하게 따라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록 수업은 끝났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더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어느 부분이 특히 부족했는지, 어느 부분은 잘 학습이 됐는지 알아보고 싶어 이렇게 문자 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한 학기 동안 너무 감사했고 행복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40629)


OO


바람처럼 바쁘게 보냈던 대학 첫 학기, 보람 있게 보냈으리라 생각해요. 이렇게 수업 후 따뜻한 메시지를 받게 되어 기쁩니다. 


OO의 메시지를 받고 지난 3일간 곰곰이 생각도 하고 OO이 학기 초부터 제출했던 보고서들, 아이캠퍼스 수업 활동, 퀴즈, 부교재 고찰, 마인드 맵이랑 기말고사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어요.


우선 OO의 학습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발표를 위한 피드백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청의 태도는 제게 감동으로 남아 있어요. 


여러 보고서에서 OO이 가진 의미 있는 질문들이 매우 좋아요. 예를 들어, 동물의 언어에서의 표준어와 방언에 대한 질문을 읽으며 더 깊게 고찰하며 자료를 더 찾고 싶게 만들어 기뻤어요. 질문을 제기하여 같이 논의하는 과정들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실마리가 됩니다.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에 대한 의미 있는 논제를 제기하는 모습이 모범적입니다. 다만, 그러한 논제들을 더 깊이 고찰하는 시간을 꼭 가지기를 바라요.


또한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깊은 고찰이 필요한 큰 주제로 인문학적인 가치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거예요. 부교재에서 다루었던 궁극적으로 닿아야 할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 사회적으로나 언어 또는 언어학적으로 연결해 가며 관련 독서를 많이 하면 좋겠지요. 


부교재의 저자인 이숲오의 소설, '꿈꾸는 낭송 공작소(2023, 문학수첩)'를 추천해요. 부교재의 가치와 연결되는 부분들이 소설에서 이어져 매우 흥미롭습니다. 장르가 다른 독서를 하면서 공통의 가치를 읽어내는 놀라움이 있었던 책이었어요.


수업 활동 보고 중 OO의 관심 분야가 불어불문학이더군요. 그리고 번역가를 미래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언어와 문학, 그리고 이어지는 예술의 분야로 확장하면서 생각하고 읽으며, 시간이 있다면 쓰면서 기록하는 것도 좋아요. 


미래의 진로인 번역가, 관심 분야인 언어와 문학은 OO이 첫 부교재 목차 활동에서 언급했듯이 왜곡시키지 않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과 그에 덧붙인 뉘앙스의 유지가 중요하지요. 


세부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전달하는 부분을 조금 더 탐구하는 것을 권해요. 시험을 위한 학습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부분을 묻는 경우가 있었는데 놓친 것들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하지만 OO은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학 신입생의 좋은 본보기였다는 것을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고 싶은 것들 해야 할 것들을 즐겁게 해 나가는 OO의 모습이 그려지는군요.


멋진 여름 방학 보내기 바랍니다~♣


-- 박희수(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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