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르' by 미카일 하네케 감독
Amour (사랑, 연민), 2012 & 2024년
[no 스포일러는 없다]
누구나 맞게 되는 길, 보이지 않는 건너편은 공포이기도 하고 불안이기도 하고 체념일 수도 있고 평화일 수도 있다. 고요한 차분함으로 수렴할수록 지금은 더 빛나고 그 빛이 이어지는 끝에 저 편이 있을 것이다.
삶의 과정이라 하면서 남은 사람의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Rest in Peace
평화로이 잠드소서
이 평화와 이 잠의 깊은 가치를 존중하는 시대에 사는 것일까. 고뇌와 고통과 원망과 한을 가득 안고 살다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지는 순간 그 가득 통증이었던 것들이 갑자기 평화로운 끝이라도 되는 건가.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자신을 존중하며 위엄을 지키며 마무리할 의지, 건너편에 다다를 때까지 밝게 함께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을 꿈꾼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막히고, 총명한 생명의 기운이 흐려지는 그 경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손잡고 웃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어느 명의는 하루라도 고통에서 벗어나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하루라도 더 밝게 웃고 살기를 원한다면 그 고통을 벗어나는 명약을 들이켜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려는 의지와 시간보다 더 크게 가치있는 것은 없다. 나는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어떤 때 금세 죽을 것 같은 통증에도 내 삶에 버무려진 사랑과 사람들은 나를 웃게 하고 살게 한다. 그런 힘과 열정이 남아 있는 한 나는 가장 최선의 상태로 세상을 가슴에 담고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신을 정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가는 길도 자연스럽게 바라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영화, 2014, 2024)'에서 곡기를 끊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시간이 서늘했다. 산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까지 안고 가야 하는 길인 건가.
'룸 넥스트 도어(영화, 2024)'에서 자신의 존엄을 위한 결정에 동행을 원하는 그녀에게 놀랐다. 존엄은 같지만 동행은 다르다.
'아무르'의 커다란 베개는 그들 둘 다 원했을까. 거부하다가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꿀꺽 마시는 물 한 모금은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였으리라. 그가 그걸 알아차리게 되었으리라. 꽃에 싸인 그녀의 평화를 본다.
자연스럽게 가는 길에 수많은 장벽을 세우는 시대가 무섭다. 조용히 잠으로 빠지길 원했던 내 아버지의 온몸에 주렁주렁 달렸던 생명이란 핑계의 튜브들은 나의 공포다.
어떻게 가야 할까.
나의 길을 굳건히 한다.
피아노 치는 안느 로랑 from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