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민주 Mar 24. 2024

마음을 앓는,뮤지컬<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저는 마음의 피부가 벗겨진 상태입니다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뮤지컬<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직접 찍었다!!)

최근 뮤지컬<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가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지난 2월 25일 막을 내렸다. 이 뮤지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토크 콘서트장이라는 설정 안에서 주인공 ‘키키’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간증하는 형식이다. 나머지 5명의 ‘호스트’들은 심리상담사나 직장 상사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여 재연을 도와준다. 실제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인 키라 밴 겔더의 자전적 소설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조윤지 연출이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란?


경계성 인격장애란 대인관계 문제, 자기상과 기분에서 반복적인 불안정성을 보이며 충동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장애이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우울했다가 불안하기도 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몇 시간에서 며칠 혹은 그 이상 지속된다. 그로 인해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이고, 대인관계에서도 심한 갈등을 자주 경험한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신체적 불편감이 정서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처럼 느껴 자해 또는 자기 손상 행동을 한다. 뮤지컬 속 주인공 키키는 정서적 흥분 상태가 되었을 때 자해를 통해서 감정을 해소한다. 이때 단순히 자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면도칼(극 중에서는 마이크로 표현) 손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고, 그로 인해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뮤지컬에서는 자기상, 정서,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기에 주변 상황을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상태를 ‘마음의 피부가 벗겨진 상태’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직장 상사가 한숨을 쉬는 등 어떤 자극에 의해 키키가 정서적 흥분 상태가 되는 것을 화염방사기를 키키에게 쏘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뮤지컬에서는 직설적이지만 때로는 간접적으로 예시를 들며 관객들에게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해 설명한다.

 

키키가 마음을 앓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경계성 인격장애는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 유전적인 요인, 생물학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쳐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 경험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특히 경계성 인격장애를 겪는 사람 중 상당수가 아동기에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 생물학적 요인은 뇌 구조의 비정상적인 활동 등이 있다.

 

환경적 요인에서도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소까지 고려하여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문화에서 사회가 안정성을 상실하면 구성원이 정체성 문제를 가지게 되어 높은 수준의 불안 및 공허감을 가지게 되어 장애를 겪는 사람이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키키의 경우는 어린 시절 베이비시터의 지속적인 성적 학대 경험으로 인해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지게 된다. 뮤지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단계에서 6살 키키의 모습으로 그때의 상황을 보여준다. 6살의 키키는 대사와 노래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고, 어른이 된 키키는 참지 말고 뿌리치라고 소리치며 과거 자신의 감정과 맞서게 된다. 6살 키키의 시점에서 전달하는 당시의 공포감은 관객들도 함께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키키의 아픔과 힘듦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이야기는 키키만의 것일까?


뮤지컬은 키키의 이야기를 넘어 경계성 인격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뮤지컬은 경계성 인격장애임을 알고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해하며 치료하려 노력하는 키키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 못 하는 부모님으로, 자신의 병을 인정하는 환자와 이를 이해 못 하는 보호자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키키가 참여한 보호자들의 모임에서 ‘자신도 도와주고 싶지만, 아들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하는 대화를 통해 정반대의 관계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환자와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보호자의 관계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뮤지컬은 같은 장애를 앓고 있지만 다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들은 뮤지컬 속에서 키키 말고도 다른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바로 키키가 참여한 상담 모임에서 말이다. 더군다나 상담의 내용을 통해 ‘놀이동산이 싫어요. 놀 때는 너무 신나고 좋지만, 집으로 가는 기차가 너무 공허하기 때문에요’ , ‘잠드는 게 싫어요. 어두워지면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에요’와 같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기에 관객들은 키키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뮤지컬은 경계성 인격장애가 키키만의 병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병임을 보여준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관객들에게 친숙하진 않더라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키키의 두 번째 용기를 바라며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이미 막을 내렸기에 지금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기사를 통해 경계성 인격장애를 다룬 뮤지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쓰게 되었다. 아마 기사를 읽어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해 알고 난 후 뮤지컬을 본다면 뮤지컬의 내용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뮤지컬이 다시 돌아온다면 키키의 두 번째 용기를 반갑게 맞이하며 한 번쯤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떤가?

 


출처

Ronald J. Comer,Jonathan S. Comer.(2023). 이상심리학. 미국:시그마프레스.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820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