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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Mar 01. 2024

누군가의 공황발작,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같이 기다려 줄게, 나는 아무 데도 안 가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영화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

최근 영화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를 봤다. 영화는 크라켄임을 숨기고 학교에 다니고 있는 주인공 '루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루비는 자신이 '자이언트' 크라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당황하지만, 힘을 받아들이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영화를 보던 중 인상 깊었던 대사가 하나 있다. 루비가 처음으로 자이언트 크라켄으로 변하게 되면서 몸이 거대해져 도서관도 부수기도 하는 등 처음 보는 본인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상황을 알게 된 엄마가 루비에 찾아가 이런 말을 한다. “안녕 우리 딸. 같이 기다려 줄게, 엄마 아무 데도 안가”. 평소에 댄스파티에도 못 가게 하는 엄하던 루비의 엄마이기에 이 상황에 대해서 화를 낼 것이라 했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당황스러워하는 딸을 위해 다른 행동을 하기보다 곁에 있으며 기다려준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후 루비가 ‘엄마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소통하기 시작하자 어릴 때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루비를 편안하게 만들며 진정시킨다.



‘공황발작’이 일어난 주인공 ‘루비’


영화 속 루비는 ‘공황발작’이 일어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공황발작’이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극심한 공포, 곧 죽을 것 같은 강렬한 불안을 느끼는 공황을 말한다. 보통 10분 이내에 정점에 도달하고, 20~30분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 정도는 인생의 특정 시기에 경험하기에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예상 불가능하게 명백한 이유 없이 경험하게 된다면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공황장애는 종종 광장공포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공황발작’을 확인하는 방법?


진단통계매뉴얼(DSM-5)에 따르면 다음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갑자기 발생하고 10분 이내에 정점에 도달하면 공황발작이라고 진단한다.


1.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뜀

2. 진땀을 흘림

3. 몸이 떨림

4. 숨이 가빠지는 느낌

5. 질식할 것 같음

6. 가슴의 통증이나 답답함

7. 토할 것 같은 느낌

8. 어지러움

9. 비현실감

10.자기통제를 상실하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11. 죽음에 대한 두려움

12. 감각의 이상이나 마비

13. 몸이 달아오르거나 추위를 느낌


루비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에서 촉수가 빛나기 시작해 당황하기 시작하면서 숨이 가빠지는 느낌(과호흡)과 함께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몸이 점점 거대해지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악몽이야’라 말하면서 현실을 부정하며 비현실감을 느끼고, 실제로 거대해진 몸 때문에 의도치 않게 도서관을 부수는 등의 일이 일어나자 자기 통제를 상실하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을 겪는다. 이런 모습을 보며 루비가 공황발작을 겪었다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루비는 공황장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루비의 공황발작은 한 번뿐이고 루비의 경우는 자이언트 크라켄으로 처음 변했다는 명백한 이유가 있기에 공황장애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 루비는 자이언트 크라켄의 모습을 즐기고, 더욱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공황발작’의 원인?


공황발작의 원인은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생물학적 관점이다. 두려운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하면 편도체가 자극되고, 편도체가 공황 회로(편도체, 해마, 복내측 시상하부, 중심 회백질, 청반)의 다른 부위를 자극해 공황 반응과 매우 유사한 반응이 일시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이라 생물학적 관점은 주장한다. 이를 통해 이 뇌 회로가 과잉활동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황장애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지행동적 관점이다. 어떤 자극을 느끼면 걱정과 염려를 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유발된 신체감각을 파국적으로 잘못 해석해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며 더 큰 걱정과 염려가 반복되는 굴레가 계속되며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이라 인지행동적 관점은 주장한다. 쉽게 말해 신체 감각을 위험한 것으로 잘못 인식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들은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쉽게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공황장애’의 치료와 ‘공황발작’의 대처


공황장애의 치료 방법에는 다양한 항우울제와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약물치료와 오해석을 막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개별적으로 각각의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주로 둘 다 병행한다. 공황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대처 방법은 우선 조용하고 안정된 공간으로 이동하고, 천천히 심호흡하며, 본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현상이기에 본인이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 공황발작을 겪고 있는 사람의 주변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실제로 증상이 일어났을 때 주변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주변 사람이 개입하는 것이 본인이 상황을 통제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 또 다른 변수가 되기에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기에 공황발작은 자신이 인지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자신과의 싸움에도 주변인의 도움이 절실할 때도 있다. 그저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 글의 초반에서 언급했듯이 영화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에서 엄마는 “안녕 우리 딸. 같이 기다려 줄게, 엄마 아무 데도 안가”라 말하며 진정할 때까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딸을 위해 곁에서 기다려준다. 공황발작이 일어났을 때 옆에 의지할만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3가지이다. 곁에 있어주자, 기다려주자, 이해해 주자.



출처 

Ronald J. Comer,Jonathan S. Comer.(2023). 이상심리학. 미국:시그마프레스.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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