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레오의 세계'를 통해 알아보는 '전조작기'의 시선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최근 영화 ‘클레오의 세계’를 보았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2023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최근 한국에 1월 3일 개봉하였다. 영화는 주인공 ‘클레오’가 유모 ‘글로리아’의 고향 섬에 찾아가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영화에서는 과도할 정도로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한다. 클로즈업으로 인해 화면의 대부분이 얼굴로 가득 차 있기도 하고, 중심이 되는 물체 외에는 전부 초점이 잡히지 않는 장면도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영화의 후기에서 호불호 요소로 많이 갈리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 클레오의 나이는 여섯 살로 ‘전조작기’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전조작기는 ‘피아제의 4단계 인지 발달 단계’의 2번째 단계로 약 2세에서 7세 정도의 시기를 말한다. 세상에 대한 개념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있지만 고도의 조작적 사고를 하기에는 어리기에 다양한 오류를 보이는 시기이다. ‘전조작기’의 특성에는 하나의 눈에 띄는 특징에 집중하며 다른 특징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중심화 경향성’이 있다. ‘중심화 경향성’은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자아 중심성 경향성’으로 표현된다.
영화는 과도한 클로즈업으로 클레오가 가지고 있는 ‘전조작기’의 특성인 ‘중심화 경향성’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화면에서 과도하게 확대되어 있고, 초점이 잡히지 않아서 뿌옇게 보이는 모습은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는 시선이 가지 않고, 흐릿하게 보여 주변의 것에는 보지 못하는 ‘전조작기’ 시기의 아이인 클레오의 시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조작기’의 아이들은 ‘자아 중심성 경향성’으로 인해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에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지만 클레오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얼굴로 시선을 가득 채운다. 얼굴 속 표정에 집중하면서 표정에 담긴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클레오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시선도 영화는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클레오는 섬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자식을 두고 떠난 엄마이자, 새로 세워지는 호텔의 주인, 손주의 할머니 등 자신의 유모가 아닌 글로리아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 더군다나 유모인 글로리아가 자신과 똑같이 암으로 엄마를 잃은 딸인 모습도 보게 된다. 아마 클레오가 파리에만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글로리아의 모습들이다. 클레오는 다양한 글로리아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모습을 통해 우리는 '전조작기' 아이들의 흔한 오류를 점점 수정하면서 클레오가 성장하는 과정을 영화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른의 삶을 살고 있기에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도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도 클레오의 나이였던 시기가 있었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했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를 통해 잊고 있던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다시금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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