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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Feb 02. 2024

영화 '리플리' 속 주인공은 단순한 사기꾼인가?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게 초라한 자신보다 낫다고 늘 생각했어요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영화 '리플리' 속 주인공 '톰 리플리'의 모습, 처음에는 안경을 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경을 벗고 겉모습도 점점 디키와 닮게 바꾼다


최근 영화 ‘리플리’를 보았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리플리 증후군’과 관련된 영화였다. 영화는 파티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주인공 ‘톰 리플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프린스턴 대학 재킷을 빌려 입은 일을 계기로 리플리는 파티에서 어떤 부자의 눈에 띄게 되어 그의 아들을 찾아오기 위해 이태리로 가게 된다. 그 이후 부자의 아들 ‘디키’와 만나고, 리플리가 디키를 사칭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화에서는 다룬다.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으면서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계속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처음에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열등감을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기 시작하면서 거짓말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주인공인 리플리의 거짓말로 시작된다. 빌려 입은 재킷으로 프린스턴 대학 졸업생으로 오해를 받지만, 리플리는 이를 바로잡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사실 리플리는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고, 낮에는 호텔 보이 임에도 말이다. 이것이 영화에 나온 리플리의 첫 거짓말이자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거짓말이다.


그리고 리플리가 부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들을 찾으러 이태리에 도착한 직후 ‘메러디스’라는 한 여인을 만난다. 이때 리플리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찾으러 온 사람이자 부자인 ‘디키 그린리프’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자신이 부자 ‘디키 그린리프’인 듯이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아무 이득도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잠깐 만난 사이임에도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디키의 행세를 하며 생활하던 중 거울에 비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디키로 착각해 놀라 스쿠터를 타다 넘어져서 리플리는 얼굴에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디키의 약혼자에게는 디키가 자신을 때렸다면서 거짓말을 하고, 경찰에게는 기자들한테 쫓기다가 스쿠터에서 넘어졌다며 자신의 상처 하나에 대해 여러 가지의 거짓말을 하면서 상황을 모면한다.


영화의 주인공 리플리는 자신을 열등하게 생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 자신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 ‘리플리’이기에, 그리고 영화의 원작이 '리플리 증후군'의 모티브가 되었기에 나는 당연히 주인공의 모습이 ‘리플리 증후군’을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리플리 증후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을 읽어보지 못해 원작의 모습은 모르지만,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영화의 주인공 리플리는 본인이 살고 있는 인생이 거짓됨을 알면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리플리는 허구의 세계에 빠져 살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철저하고 냉혈한 사기꾼에 가까웠다.


리플리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의도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인 것은 바뀌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리플리의 아무 이득도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잠깐 만난 사이에도 반자동적으로 거짓말이 나오는 모습과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기 자신인 ‘톰 리플리’와 ‘디키 그린리프’를 구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통해 리플리가 ‘리플리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엔딩에서 다 끝나고 난 후 배에서 “난 거짓말 했어요. 내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이젠 아무도 날 찾지 못해요”라며 말하는 것을 보아 리플리가 자신이 한 말이 거짓말인 것과 자신의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기에 영화에 나온 주인공 리플리는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라 생각한다.


영화 속 주인공 리플리는 이런 말을 한다.


‘늘 생각했어요,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게 초라한 자신보다 낫다고’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그 부러움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게 해준다. 그렇지만 리플리 증후군은 이 부러움이 잘못된 방향에서 원동력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보고,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보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본연의 모습을 갖추었을 때 당신은 가장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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