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렌필드’에서 렌필드는 왜 드라큘라 백작에게서 힘들어하는가?
[The Psychology Times=노민주 ]
영화 ‘렌필드’를 본 적 있는가? 영화 ‘렌필드’는 올해 4월에 나온 ‘니콜라스 홀트’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렌필드 역과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청소년관람불가 코미디 공포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렌필드’라는 인물은 소설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백작의 시종으로 나온 이후 드라큘라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렌필드’에서는 드라큘라와의 종신계약에서 벗어나고 싶어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 렌필드의 모습이 드러난다.
렌필드는 자신을 ‘동반의존자’라고 부른다. ‘동반의존자’의 특징인 ‘동반의존성’은 학자의 접근에 따라 개념정의가 조금씩 달라 동반의존성은 원인, 증상 및 특성에 따라 60여개의 정의와 이해로 설명하고 있다.
Archibald Hart 등의 학자들은 ‘동반의존성’을 관계갈등이라는 원인에 의해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조종당하게 되거나 상대의 생각이나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문제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라고 정의했다. 반면, Gary Small 등의 학자들은 ‘동반의존성’을 정체성이라는 원인에 의해 안정감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타인들로부터 인정받고자 강박적으로 의존하는 고통스러운 한 형태라고 정의했다. Robert Sully 등의 학자들은 ‘동반의존성’을 습관화된 행동이라는 원인에 의해 역기능가족규칙이 적용되고, 누적되어 발전된 학습된 심리 행동적 양상으로 정의했다.
결국 ‘동반의존성’은 타인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과 희생으로 인해 지배와 종속 사이에서 일어나는 역기능적 관계 현상으로서, 지나치게 외부의 반응에 집중되어 정서 표현이 부족하고,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동반의존성’은 타인의 요구나 행동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면서 부인(denial)과 억압된 감정, 강박적 행위, 수치심과 죄책감, 상처 입음, 화, 지나친 염려, 고립감, 심신증, 중독 등의 주요 특징적 증상이 나타난다. 렌필드의 경우도 드라큘라 백작을 위해 제물을 계속 찾아다니고 가져다주는 모습으로 타인의 요구나 행동에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증상을 보인다.
렌필드의 경우는 나르시시스트인 드라큘라 백작에 의해 ‘동반의존자’가 되었다. 영화 속 ‘동반의존자’들의 모임에서 ‘나르시시스트는 동반의존자의 낮은 자존감을 이용한다’ 설명한다. 드라큘라 백작의 경우도 “넌 내 파워가 필요한 쭉정이니까! 뭐로도 채울 수 없는 빈 쭉정이! 네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내 파워뿐이었지. 제물을 가져올 때도 넌 내 파워를 썼어. 희생자인 척 쇼하면서. 하지만 진짜 희생자는 바로 나야! 넌 날 지켜주겠다고 맹세해 놓고 나를 버렸어!”라 렌필드에게 빈 쭉정이라 비난하면서 낮은 자존감을 이용하고, 자신이 희생자라 주장하면서 렌필드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해 더욱더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든다. 결국 ‘동반의존자’인 렌필드의 잘 표현하지 않는 억압된 감정, 드라큘라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 상처 입음 등은 드라큘라 백작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그렇지만 렌필드는 드라큘라 백작과의 유해한 관계를 끊어 ‘동반의존자’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동반의존자’ 모임에서 힘을 가진 것은 자신이고, 그 사람으로부터 힘을 찾아오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힘을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힘을 찾아와 자신에게 쏟아부으면 동반의존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렌필드는 드라큘라 백작에서 벗어나 자신의 집을 계약해 알록달록하게 벽지를 꾸미고, 구닥다리 옷도 바꾸어 개성 있는 옷으로 바꿔입는다. 손톱도 정리하고, 스파데이도 가지면서 자기 자신을 가꾸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이런 방법들이 초현실적인 힘을 가진 드라큘라 백작에게는 소용이 없어 렌필드가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력자의 도움으로 잔인한 방법들을 통해 원래 모습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모습으로 만든 후 미련없이 버리는 것으로 드라큘라 백작과의 관계를 끊어낸다. 이 방법은 명확하고 시원한 결말이긴 하지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에 나온 ‘긍정 확언’을 ‘동반의존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난 충분히 강하다. 난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난 행복할 자격이 있고 현재인 내 모습에 감사한다. 오늘 이 순간부터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하루에 한 번 이 말을 외치는 것은 어떤가. 아무리 처한 상황이 다르더라도 이 말 하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출처
영화 '렌필드(2023)
서영희. "동반의존성에 대한 이해와 회복을 위한 임마누엘 요법 방안." 국내박사학위논문 성결대학교, 2014. 경기도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7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