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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May 27. 2024

블루가 귀여운 만큼 아쉬운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에 대한 아주 비판적인 후기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이프:상상의 친구>를 봤다. 평소에는 영화관에 갈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서 주로 OTT로 영화를 봤는데, 거의 4달 만에 영화관에 가는 거라 나초도 사고 신나는 마음을 못 숨기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는 역시나 포스터에 나온 ‘한때 아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건내는 위로’처럼 감동적이고,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게 했다. 특히 다양한 이프들이 각자의 사연들이 있고 개성 있게 등장했기에 묻히는 캐릭터가 없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잊혀진 이프들이 사는 저택이 있다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저택의 모습은 현실적이지 않아 더욱더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동한 것과 별개로,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아주 아쉬웠다. 예매할 때 참신한 주제, 귀여운 캐릭터들, 한국에서 인지도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었는데도 왜 예매 순위가 낮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왜 예매 순위가 낮은지 이해가 되었다.

     


우선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의 엄마는 무슨 일로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것인지, 아빠는 무슨 병인지 등 영화 이해를 돕는 정보들은 부족하고, 굳이 등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병원에서 만난 남자애 같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서 만난 아이의 경우 같이 다니는 조력자라든지 중요한 역할이 있을 줄 알았는데 딱히 중요한 역할은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그리고 이프들이 자신들을 만든 아이하고 만나서 노랑 빛이 나오게 되는데 사실 나는 노랗게 빛나면서 성불하듯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마지막 인사처럼 보였는데 안 사라지고 계속 남아있으니 조금 당황스럽고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한번 만나고 끝인 건가?’ 같은 의문이 계속 들어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더군다나 주인공의 상상으로 루나 랜드의 잊혀진 이프들의 저택으로 바꾸라 했을 때, 바꾸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갑자기 춤추는 장면이 뜬금없었다. 물론 좋긴 했다. 그렇지만 비유하자면 아침에 멍때리고 있는데 엄마가 김에 밥 싸서 입에 넣어준 느낌이었다. 당황스럽지만 맛있어서 오물오물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것들이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될 만하지만, 어린아이의 시선이라고 포장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아주 크나큰 스포*)

영화가 너무 단순했다. 특히 캘빈이 이프였다는 반전은 영화 초반부터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한 반전이라 빨리 찾은 건지 원래 깊게 숨기지 않을 생각으로 빨리 찾길 바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처음부터 맥 빠지게 알아서 영화의 흥미도가 떨어졌다.     


그리고 캘빈이 이프인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 너무 단순하고, 진부하고, 루즈했다. 조금씩 캘빈이 이프인 것을 영화에서 어른들이 못 보는 것과 ‘너 해냈구나’라는 장면 등에서 암시를 하긴 했지만, 주인공이 캘빈을 다시 기억하는 장면에서 단순히 그림 한 장으로 기억하는 것이 조금은 개연성이 없어 보였다. 차라리 암시를 한 장면들을 오버랩하는 연출이 있었다던가, 아니면 어린 시절 캘빈과의 추억들을 몽타주로 보여주면서 캘빈이 기억나는 등의 연출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관객들이 몰랐던 정보들을 보여주면서 ‘하하 사실 캘빈이 이프임 서프라이즈^^’를 해야 하는데 심지어 정보 재조합도 아니고, 그냥 알던 단편적 정보 하나만 띡 보여주니 주인공이 캘빈을 기억했다는 것이 드라마틱하지 않고, 전개상 기억해 내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다. 어린아이들의 시선도 잡아야하고, 어른들도 타켓팅해 잡으려다 누구도 잡지 못했다. 우선 어른들을 위로하기에는 영화에 나온 어른들이 너무 평면적이다. 주인공의 할머니, 블루를 만든 아이는 물론 세부적인 설정이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인물들이 이프를 다시 기억하는 것이 표면적으로만 보여 깊은 보편적인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스토리의 단순성이나 시각적인 요소들이 어린아이들에게 맞춘 것 같은데 아이들이 보기에는 영화의 주제가 어렵다. ‘어른이 되어 잊고 있던 상상의 친구가 나를 위로해준다’라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아이들이 현재의 상황에서는 느낄 수 없기에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 재미있지만, 마지막에는 어렵고 공감이 잘 되지 않고, 어른들은 위로와 감동이 있지만 다소 유치하고 단순해보이는 영화가 되어서 아쉽다.        


  

별점⭐️: 2.0/5.0

한 줄 평: 딱 자기 전에 OTT에서 봤으면 만족스럽고 행복했을 영화, 좋은 꿈 꿨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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