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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민주 Jun 01. 2024

모든 아이는 상상의 친구가 필요해, 특히 어른이 되면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를 통해 보는 심리현상-'상상의 친구'란?

[한국심리학신문=노민주 ]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

최근 5월 15일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가 개봉하였다.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는 상상의 친구 ‘이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비’가 아이들에게 잊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프’들에게 새로운 짝을 찾아주기 위해 윗집 아저씨 ‘칼’과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예고편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크고 복슬복슬한 ‘블루’ 외에도 바나나 모양, 얼음 모양 ,곰 인형 모양 등 상상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매력적인 상상의 친구 ‘이프’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우린 존재해!


영화에 나온 ‘이프’ 즉 상상의 친구(Imaginary Companion)는 최소 몇 개월의 일정 기간에 걸쳐 존재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존재를 말한다. 상상의 친구는 사람일 수도, 동물일 수도 있으며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상상의 친구는 아동의 사회적 이해를 풍성하게 하며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과 자기 조절 능력의 향상을 돕는 등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하는 가장 놀이(pretend play)가 가능한 시기인 전조작기에 해당하는 아동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정상적인 발달적 특징이다. 심리학자 Taylor(2004)는 학령전기 아동의 65%가 상상의 친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발달적인 접근에서는 전조작기를 지나고 상위 발달 단계에 이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상의 친구가 사라진다고 보았지만, 전조작기가 지난 청소년기에서도 스트레스 대처방식으로, 자기 개방의 중재자로서 상상의 친구를 가질 수 있다.

 


새로운 짝을 찾는다고?


영화에서 자신을 만든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잊히게 된 상상의 친구 ‘이프’들은 새로운 아이의 상상의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방에 몰래 찾아가기도 하고, 주인공 ‘비’의 면접을 보고 추천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든다. 상상의 친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존재이다. 어떻게 자신이 만든, 자신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친구가 다른 사람한테 이동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의 고증 오류일까?

 

나는 이것을 귀여운 재해석이라 보고 싶다. 청소년의 상상의 친구에 관한 한 연구 사례에서 “엄마가 다치신 후 생겼어요”라 상상의 친구가 생긴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한다. 이 외에도 상상의 친구가 생긴 시기에 대해 ‘생겼다’라 언급한다. ‘만들었다’가 아닌 ‘생겼다’라는 묘사에서 의도 여부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만일 상상의 친구의 친구가 나에게 찾아왔다면?’이라는 재해석으로 상상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프’들은 새로운 아이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새로운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을 만든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결국 상상의 친구는 자신을 만든 아이에게 돌아가는 게 정답이었고 가장 행복할 수 있었다. ‘이프’들이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하다 자신을 만든 아이로 돌아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관객들이 ‘이프’들의 마음에 더욱 공감할 수 있고, 극적이게 되면서 조금은 오류가 있는 재해석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크루아상의 버터 냄새!


상상의 친구 ‘블라썸’은 함께 발레를 연습했던 추억이 있는 노래를 들었을 때, ‘블루’는 크루아상의 버터 냄새를 맡았을 때 어른이 된 아이의 기억에서 되살아난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무언가가 매개체가 되어 ‘이프’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곰 인형 루이스도 자신이 아이와 처음 만났던 날 들었던 바닷소리와 해변을 걷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비'와 다른 이프들, 그리고 관객들까지 과거의 '루나 파크'를 경험하게 해준다.

 

이프들은 일종의 ‘프루스트 현상’을 통해 기억에서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프루스트 현상’이란 냄새, 감각과 같은 일상적 요소들을 매개로 평소 잊고 지내던 기억을 돌발적으로 떠올리게 하거나 회상의 감각을 작동시키는 현상이다.

 


어른도 상상의 친구가 필요해!


영화는 어른들에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상상의 친구’를 일깨워줌과 동시에 어른들에게 위로를 준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후까지 여전히 나에게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 ‘이프’를 통해서 말이다.

 

영화에서 “모든 아이는 상상의 친구가 필요해, 특히 어른이 되면”라는 대사가 있다. 어린 시절 보살펴주던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군분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어른의 삶은 꽤 고달프다. 고단한 일과를 끝내고 영화 ‘이프:상상의 친구’를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의 상상의 친구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가 매개체가 되어 당신의 상상의 친구를 기억에서 되살아나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위로를 줄 것이다.

 



한혜연. "청소년기 상상의 친구 : 특징 및 기능." 국내석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007. 경기도



http://www.psychology.or.kr/news/view.php?idx=8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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