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토피도에게 전하는 <스웨덴 토피도>의 이야기

[제14회 스웨덴영화제] 영화 <스웨덴 토피도> 후기

by 맹글다

정해진 규정을 깨는 여성 ‘살리 바우에르’


영화 <스웨덴 토피도> 스틸컷

외로운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둑한 바닷속을 처절하게 수영하는 한 사람. 고독한 숨소리로 시작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영화는 ‘살리 바우에르’가 누구인지 보여준다. 영국 해협을 스칸디나비아인 최초로 횡단한 수영선수이자 어머니이기도 한 실존 인물 살리 바우에르를 재조명한 <스웨덴 토피도>는 ‘스웨덴 어뢰’라는 의미처럼 고독하게 남들과 다른 곳을 향하며 정해진 규정을 깨부수는 그의 모습에 주목한다.


살리를 다루는 영화답게, <스웨덴 토피도>도 보편적인 영화 연출을 깨려 노력한다. 특히 대표 기록인 영국 해협 횡단 장면을 의도적으로 등장시키지 않은 선택이 인상 깊다. 기록과 성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대신 기록 뒤 숨겨진 가부장제와 전쟁 등 그를 가로막는 현실의 벽에 맞서는 과정과 내면의 고통에 집중한다. 위대한 수영선수의 일대기보다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겪는 갈등과 선택에 초점을 맞추며, 전기 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과감히 벗어난다.


영화 <스웨덴 토피도> 스틸컷

심리 표현의 보편적 관념을 깨뜨리는 연출도 인상 깊다. 일반적으로 확장과 해방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카메라의 상승(세로)은 오히려 숨 막히는 긴장감과 덫에 걸린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전환하고, 대조적으로 화면의 중심에 침범하여 끊임없이 넘실거리는 수평의 바다는 살리에게 안정과 편안함을 주는 존재가 된다.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는 물속의 먹먹함이 오히려 도시의 소리보다 편안한 살리의 심리 속 감정의 역전은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는 동시에 살리라는 인물의 내면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꿈을 향하는 수많은 토피도에게


영화 <스웨덴 토피도> 스틸컷

“순수 근육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스웨덴산 어뢰’입니다.”, “가슴에 로고를 붙이면 되겠군.” 방금 카테가드 해협 횡단 세계기록을 단축한 선수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대 위에서 쇼걸 옷을 입고 저급한 말을 듣는 영화 속 장면은 불편함을 넘어 기괴함을 느끼게 하며, 당시 여성의 위치와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과 더불어, 좋은 엄마가 되려면 자신의 열정을 눌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한다.


영화 <스웨덴 토피도> 스틸컷

영상 인터뷰에서 프리다 켐프 감독은 실제로 아이를 낳고 일을 하러 현장에 나설 때 자신을 둘러싼 주변 상황 속에서 “아이를 두고 일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고민과 함께 자신도 마치 살리처럼 도버 해협을 건너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살리 역의 조세핀 넬덴 배우 역시 실제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열정적인 배우로서 배역에 깊이 공감하며 시나리오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스웨덴 토피도>가 단순히 살리 바우어의 영화가 아니라 사회의 억압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하라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인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투영된 영화임을 보여준다.


밤늦게 출발하는 살리에게 이웃집 아주머니가 전하는 “행운을 빌어요”처럼 영화 속에는 외로이 자신의 싸움을 하고 있는 전 세계의 토피도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고독하고 절박한 오프닝 시퀀스와 달리 수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고 있는 살리의 실제 영상도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곁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웨덴 토피도>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토피도들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을 모두 깨부수고 자신만의 길을 찾길 바라며 전하는 연대와 응원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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