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두 명 장단점 비교
자녀 한 명과 두 명은 하늘과 땅 차이다.
육아의 진수는 둘째부터다. 두 배가 아닌 세제곱으로 힘들다. 둘째가 태어난 후 1년 반의 시간을 돌아보며 두 명 육아의 장, 단점을 3개씩 뽑아봤다.
1. 예측불가능
자녀가 생기면 삶의 중심이 내게서 아이로 바뀐다.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중요한 약속(결혼식 등)을 취소할 때다. 꼭 중요한 날이 있을 때 아이가 아프다. 약속을 취소한 당일 집에 있으면 앞으로 돌발상황은 늘 생각하고 계획해야겠구나 다짐한다. 근데 두 명이 되면 매 순간이 돌발상황이다. 약속은커녕 당장 언제 잘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순간이 영원 같고 빨리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2. 훨씬 높은 강도의 육아
연년생의 요구조건은 상상초월한다. 혼자 있을 때면 아내와 내가 돌아가며 담당가능했다. 물 달라하면 아내가 물을 주고 기저기는 내가 가는 등 여유롭게(때론 재밌게) 육아했다. 그러나 두 명이 되는 순간 전투로 내몰린 병사가 된다. 아침 30분 과업이 대충 이렇다
첫째 물컵대령 -둘째 기저귀 갈기- 첫째 밥먹이기- 둘째 물컵- 첫째 반찬투정훈육- 둘째 밥먹이기- 첫째 화장실- 둘째 음식 던지기 대응-첫째 씻기기- 둘째 옷 갈아입히기- 음식물 치우기(식탁아래위로)- 설거지- 등원준비
간단히 말해 일이 너무너무 많다.
3. 아이들 간 싸움
제일 고전했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아이들끼리 싸우면서 크는 거지 뭐 라며 쉽게 생각했었다. 근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더라. 싸우고 울고 하는 건 어찌어찌 대응하는데, 문제는 중재 및 훈육이다. 누가 잘못했고, 사과시키고, 벌을 주고 하는 과정이 참 힘겹다. 가장 힘든 건 이런 훈육이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거다. 어떨 땐 진이 빠지고 아무 대응도 안하고 싶어 진다. 카페에서 자매가 엄청 싸우는데 엄마아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휴대폰만 보던 게 기억난다. 그때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했는데 요즘은 그 부모의 마음이 공감된다.
1. 시끌벅적 집 분위기
영국에서 지낼 때 가정집에 초대받아 간 적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건 고요함이었다. 심지어 5명 식구였는데 식사-대화-후식-게임(영국인들은 실내놀이의 대가들이다)까지 모든 게 조용하게 흘러갔다. 기침소리도 민망할 정도로. 우리 집은 그 반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청각보호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뛰어다니는 두 아이와 고함소리, 웃음소리, 울음소리 등 갖은소리가 난무한다. 근데 난 이게 참 좋다. 생명력이 역동 치며 날아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물론 내 생명은 깎이고 있지만.
2. 자매 간 Interactoin
둘째가 좀 크고나서부터 둘이서 묘한 케미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 번은 둘째의 웃음소리에 가보니 첫째가 둘째를 굴리며 놀고 있더라. 더 웃긴 건 둘째가 그게 좋다고 깔깔 웃는 거다(참고로 둘째는 언니 바라기다) 둘이 같이 있으면 늘 긴장상태로 대기조처럼 지냈는데(첫째가 둘째를 많이 꼬집고 때렸다) 그때 처음 내 온몸이 이완되며 편안하게 둘의 케미를 감상했다. 아 이래서 둘 이상은 낳으라고 하구나
3. 단단한 가족
첫째가 태어나면서 진짜 가족이 된 느낌이었다. 둘만의 연애, 결혼생활이 끝나고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우리 세 사람을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이 생겨 새 로운 관계가 태동한것이다. 말할 수 없는 안정감과 기쁨을 느꼈다. 둘째가 태어나니 이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 깊은 곳까지 뿌리내려 단단하게 선 소나무처럼. 우리를 잇던 실이 두텁게 꼬아진 밧줄로 변했다할까. 하나가 된다는 것. 혼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이다.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신기한 건 좋은 것보다 힘들었던게 주 웃음포인트다. 추억은 고난과 헌신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오늘 하루 최선 다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