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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훔치는 진짜 도둑

by 이정호

전통적인 도둑의 정의와 유형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도둑'의 모습은 명확하다. 어둠 속에서 자물쇠를 부수고,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나 재산을 훔쳐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는 존재. 그들은 우리의 물리적인 공간과 금전적인 안정을 위협하며,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엄중히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다.


시대가 변하며 도둑의 유형 또한 진화했다. 눈에 보이는 현금이나 보석 대신, 보이지 않는 정보를 빼앗아가는 해킹이나 교묘한 수단으로 사람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고금리의 이자를 갈취하는 이들도 모두 현대 사회의 그림자 같은 도둑들이다. 이들의 행위는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결국 그 피해의 본질은 ‘물질적인 손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감정의 도둑으로의 전환


그러나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진짜 도둑은, 눈에 보이는 재물 대신 가장 귀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을 훔쳐 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물질적인 도둑이 빈 금고를 남긴다면, 감정의 도둑은 텅 빈 영혼과 아련한 잔해만을 남긴다.


이들은 우리의 신뢰를 훔친다.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이라는 견고한 성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세상과 사람을 향한 선의와 기대를 앗아간다. 사랑하는 이의 무심한 한 마디, 헌신을 이용하는 이기적인 태도, 또는 약속을 저버리는 가벼움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그러나 치명적으로 긁혀 나간다. 도둑맞은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깊은 상처로 인해 사라진 타인에 대한 믿음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우리의 '생기'를 훔친다. 사랑과 꿈을 품었던 순수했던 시절의 열정을 서서히 고갈시키고,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희생만을 요구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만든다.


우리는 이 관계의 늪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지만, 이미 도둑맞은 자존감 때문에 탈출할 힘조차 잃어버린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 감옥에 갇히는 것과 달리, 이 감정의 도둑들은 종종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며 가장 소중한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가 버린다. 그러니 물질을 잃은 슬픔보다, 마음의 보석을 도둑맞은 아픔이 훨씬 깊고 오래가는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진짜 도둑은 물건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마음을 훔치는 존재이다. 그들은 우리의 기쁨, 평화,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앗아가려 한다. 그러므로 가장 견고한 성은 금고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마음이어야 한다.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소중한 감정의 뜰에 무단으로 침입하려는 모든 무심함과 이기심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결국, 가장 현명한 삶은 외부의 위협을 경계하는 것을 넘어, 내면의 평화를 훔치려는 은밀한 시도들에 맞서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며, 그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마음의 문을 열어줄 상대를 신중히 선택하고, 당신의 빛을 앗아가는 모든 것으로부터 용감하게 돌아서라. 그것이 '마음을 훔치는 진짜 도둑'에게서 영원히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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