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처음부터 '같음'보다 '다름'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하늘의 구름은 한 모양에 머물지 않고, 바다의 파도는 매 순간 다른 선율로 속삭인다.
사람 또한 그러하다. 말투가 다르고, 마음의 결이 다르고, 사랑을 건네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다름은 때때로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그 다름이야말로 세상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가장 부드러운 생명의 결이다.
만약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같은 색의 옷을 입고, 같은 꿈을 꾼다면 세상은 얼마나 메마르고 쓸쓸할까. 다름은 불협화음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그것들이 포개질 때 비로소 인생의 교향곡이 완성된다.
계절이 들려주는 이야기
계절은 늘 다른 옷을 입고 우리 곁을 찾아온다. 봄은 수줍은 분홍빛 베일로, 여름은 짙푸른 초록 치마로, 가을은 붉게 물든 스카프로, 겨울은 고요한 흰 숄로 자신을 감싼다. 어떤 계절도 서로를 시샘하거나 침범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며, 다음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이 얼마나 다정한 다름인가. 사람의 삶도 계절을 닮았다. 누군가는 활짝 피어난 봄꽃처럼 웃음을 선물하고, 누군가는 겨울나무처럼 고요히 견딘다. 우리는 그 다름 속에서 위로받고, 서로의 빈자리를 채운다.
세계가 펼쳐 보이는 빛깔
또 다른 아름다움은 문화의 결 속에 있다. 한복의 절제된 곡선, 인도의 화려한 자수, 프랑스의 낭만적인 향기는 모두 다름에서 피어난 꽃이다. 다름은 경쟁이 아니라 어우러짐이며, 벽이 아니라 다리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넓은 세계를 품는다.
그러나 다름은 언제나 부드럽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때로는 오해와 상처의 씨앗이 되어 우리 마음을 흔든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서로를 밀어낸다. 가까웠던 사이가 서늘해지고, 말 한마디가 벽이 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갈등은 '다름의 그림자'일 뿐이다. 그림자가 있다는 건 빛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려 할 때, 그림자는 서서히 옅어지고 빛은 더욱 따스해진다. 다름은 배움의 실마리이며, 우리가 성숙해 가는 여정이다.
조화는 다름 속에서 피어난다
조화는 같아지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그 차이 안에서 공존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의 관계도 음악처럼, 각자의 음색이 다르기에 더 풍부한 울림을 낸다.
누군가의 생각이 나와 다를 때, 그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말자. 그 안에는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또 하나의 세상이 숨어 있다. 서로의 시선을 나누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깊어진다.
진정한 이해란 상대의 마음으로 세상을 한 번쯤 바라보는 일이다. 그 시선이 포개질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된다.
하나의 캔버스, 수많은 색
세상은 수많은 색으로 수 놓인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다. 빨강이 뜨겁게 피어도, 파랑이 차갑게 가라앉아도, 그것은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하는 대비일 뿐이다.
사람의 다름도 그와 같다. 누군가는 감성으로 세상을 어루만지고, 누군가는 이성으로 세상을 읽는다. 그 다름이 만나야 삶은 깊어지고, 사랑은 풍성해진다. 다름은 나를 완성시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주저하지 말자. 다름을 품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더 넓게 껴안게 된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비로소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마치 서로 다른 꽃들이 한 정원에서 저마다의 향기를 내듯, 우리도 각자의 색깔로 이 세상을 채워간다. 그것이 바로 다름의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