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의 어둠 속으로 다시 잠들 때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또 선택한다. 무엇을 가까이하고, 무엇을 멀리할 것인가. 그 선택의 무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실처럼 우리의 일상을 천천히 엮어 어느새 삶의 모양을 결정짓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거리'를 정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소중한 무엇인가를 너무 멀리 두어서 영영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거리를 헤아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의 균형점을 찾게 된다. 그것은 마치 줄타기하는 사람이 중심을 잡는 순간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아름답다.
1. 가까이해야 할 것들
가까이해야 할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몇 가지는, 우리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날아오를 수 있게 하는 날개와 같다.
먼저, 진실한 관계.
이익이 아닌 마음으로 이어지는 관계는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된다. 그것은 밝은 날의 화려함이 아니라, 어두운 밤을 함께 건너는 따스한 온기다.
잠시의 오해나 거리감이 생길 때도, 진심은 결국 길을 찾아 서로를 향해 흐른다. 마치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진심은 언제나 제 자리를 알고 있다.
그 진심이 있는 곳에 우리는 안도하고, 또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로는 무너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 목소리.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 진짜 힘이다.
세상이 차가울수록, 우리는 더욱 진실한 관계를 가까이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유일한 온도이기 때문이다.
자연도 가까이해야 한다.
도시의 인공적인 빛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색들이 숲 속에서는 살아 숨 쉰다. 새벽의 공기는 투명하고, 노을의 온도는 부드럽고, 빗방울이 전하는 냄새는 그리움처럼 코끝을 스친다. 그 모든 것이 우리 안의 피로를 풀어주는 무언의 위로가 된다.
자연은 말없이 가르친다. 멈추고, 쉬고, 다시 나아가라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도, 꽃이 피어나는 것도 모두 때가 있다는 것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우리가 숲 속에서 느끼는 평온은 단순히 고요함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오래된 약속이다. '너는 이미 충분하다'는.
그리고 좋은 책.
한 권의 책은 타인의 인생을 빌려 나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의 감촉, 잉크 냄새,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내 안으로 스며드는 그 순간.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방향도 달라진다.
좋은 문장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준다.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용기를, 때로는 깨달음을 건넨다. 그것은 누군가의 고민과 아픔, 기쁨과 깨달음이 응축된 결정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수백 년 전의 누군가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 그것이 독서가 주는 가장 깊은 축복이다.
2. 멀리해야 할 것들
가까이할 것이 많지 않듯, 멀리해야 할 것도 명확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종종 달콤한 얼굴로 우리를 유혹한다.
먼저 부정적인 마음이다.
비난과 질투, 불평은 자신을 갉아먹는 독이다. 그것들은 마치 미세한 먼지처럼 쌓여 어느 순간 마음을 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작은 불만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우리의 시야를 가린다.
때로는 세상을 원망하고 싶은 날도 있겠지만, 그 마음을 오래 품는다면 결국 세상이 아닌 내가 무너진다. 분노는 상대방을 향하지만, 그 열기로 가장 먼저 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세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맑음이다. 마음의 투명함을 지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저항이다.
또한 건강에 해로운 습관들도 멀리해야 한다.
늦은 밤의 무절제, 감정의 폭식, 관계의 중독. 그 어떤 것도 결국 자신을 소모시킨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조금쯤은 괜찮다고, 이번 한 번 만이라고. 하지만 그 '조금'과 '한 번'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삶이 된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고, 마음이 병들면 몸도 따라 무너진다. 삶의 질은 우리가 무엇을 가까이하느냐보다, 무엇을 의식적으로 멀리 하느냐에 달려 있다. 멀리하는 용기, 그것은 때로 가까이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짜의 위로를 멀리해야 한다.
즉흥적인 소비, 타인의 인정, 순간의 자극은 달콤하지만 곧 허무로 변한다. 마치 사탕처럼, 입안에서는 달콤하지만 녹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진짜 아픔을 가짜 위로로 덮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상처 위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천으로 가리는 것일 뿐이다.
진짜 위로는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법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그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위로는 요란하지 않다. 그것은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깊이 스며든다.
3. 균형의 미학
삶은 가까이함과 멀리함 사이의 춤이다.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상처를 입으며, 너무 멀면 외로워지고 온기를 잃는다. 그 사이의 거리, 바로 그곳이 인생의 무게 중심이다.
우리가 무엇을 가까이하고, 무엇을 멀리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은 조화로워진다. 그것은 악기를 조율하는 것과 같다. 너무 조이면 끊어지고, 너무 느슨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딱 적당한 긴장, 그 지점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흔들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지키는 힘은 결국 내면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바람이 불어도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것은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까이하기로 선택한 것들이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지금 나는 무엇을 가까이하고, 무엇을 멀리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솔직해질 때, 우리의 하루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그 안에서 진짜 평온이 피어난다. 그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는 것, 진심 어린 한마디를 건네는 것,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것.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삶을 만든다.
가까이해야 할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몇 가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멀리해야 할 것도 명확하다. 그것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삶은 결국,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예술이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우리 자신을 빚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