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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호 Aug 05. 2024

조화로운 글쓰기

글쓰기에 대한 나의 작은 생각을 정리한다.

문명의 발달이 가속화될수록 소통과 교류 그리고 공감의 영역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가 발달할수록, 과학이 발전할수록 체계적 기록과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모든 영역에서 스토리텔링은 기본이 되며 이를 바탕으로 일을 전개시켜 나가야 하고 생성된 문자의 정보는 더욱 값진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든 것이 글쓰기로부터 시작되며, 글쓰기야말로 일의 시작이면서 종착역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글쓰기는 모든 이에게 어렵고 힘든 작업이며 심지어 몇십 년을 글쓰기에 매진한 작가조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글의 속성은 말과 달리 휘발되지 않으며 어떠한 형태로든 남는다는 부담감이 항상 시작을 어렵게 하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또한 이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내가 바라본 글쓰기는 기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무수한 단어들과 문장들을 조화롭게 배치시키고 오(伍)와 열(列)을 아름답게 맞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세상의 변화와 함께 새롭게 생겨나는 신생 단어들과 문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기존의 텍스트를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이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고, 소재거리를 만들며, 긴 말을 간결화시키고, 독자가 보았을 때 이해가 빠르며, 공감할 수 있도록 가다듬는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 능력이 글을 잘 쓴다와 그렇지 않다로 구분되는데 결코 단기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평생 글을 써온 모든 작가들이 대부분 한결같이 하는 말이 글쓰기는 어렵고 힘든 작업이며 많이 쓰고, 자주 쓰고, 매일 써야 된다는 주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말과 글은 어떠한 형태로든 같이 가야 할 친구이자 나를 표현하고 내면에 숨어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지식의 교류에 가장 좋은 방법임을 부정할 수도, 부정하여서도 아니 된다. 또한 글이 가진 속성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전문지식, 사회적 위치까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글쓰기는 의도적으로 피할 것이 아니며 평생 같이 하여야 할 훌륭한 동반자인 것이다.

     

글을 쓰는 것만큼 큰 배움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구체적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글을 쓰기 위한 재료, 즉 알맞은 문장과 단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다른 훌륭한 문구들을 인용하여야 한다.

     

둘째, 매일 조금씩이라도, 어떤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역량은 줄어들고 표현하는 문장의 깊이도 얇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셋째, 사물을 바라보는 눈과 현상을 직시하는 관심도가 달라진다. 모든 현상과 사물, 그리고 흘러가는 일들이 주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며 추리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넷째, 스쳐 지나가는 키워드를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모든 글 쓰는 이의 공통점은 순간적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잘 포착하는 데 있다. 그것이 단어이든, 문장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환경에서든 어떠한 장소에서든 순간포착을 잘하고 감정의 메모를 남겨두면 훌륭한 글쓰기의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어렵던 글쓰기가 습관이 된다. 그렇게 되면 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머리에 찬 생각을 지면에 쏟아버릴 수 있다. 비워진 공간은 다시 채움의 공간으로 활용되므로 글쓰기야말로 정리를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사회,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식견을 넓혀갈 수 있는 도구가 된다. 현상을 현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복합적 추론을 합쳐 훌륭한 정보의 재탄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째,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지식을 넓히는 기쁨과 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나의 무형자산이 되는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글쓰기야말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가장 큰 도구이다. 흩어진 언어의 조각들을 슬기롭게 묶는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울림과 아름다운 짜임새를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여덟째, 기록의 가치를 배가시켜 준다. 사소한 기록이 모이면 조금 나은 기록이 되고, 기록들이 모이면 소주제가 되며, 소주제, 대주제가 모이면 하나의 장(Chapter)이 되고, 또 이 장들의 결합이 정리되면 책이 된다. 아무리 높은 산도 걸음걸음이 모인 것이고, 아무리 큰돈도 10원, 100원이 모여야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외에도 글을 씀으로써 얻게 되는 즐거움과 이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하다.     

그럼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시작하며,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에 대한 답은 딱히 한 가지로 정리할 수도, 정리되어서도 안된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영역이 다르고, 처해있는 위치나 조건이 다르며, 시작하는 기량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 문호를 비롯하여 나와 같이 사소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까지 높이와 깊이와 넓이와 길이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말 그대로 ‘시작’이 처음이다. 시작이 없는 전개는 없으며 전개되지 않은 결론은 없다. 또한 부담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잘 써야 한다는 중압감과 부담감이라고 대부분의 작가는 말하고 있다.

     

잘 쓰인 글을 일부 인용하는 것도, 어떠한 형태의 글을 다독이는 것도, 말하듯 일기를 쓰는 것도, 완성된 글이 되지 않더라도 많이 쓰고, 자주 쓰고, 매일 쓰는 것도 모두 글쓰기의 좋은 방법임을 언젠가는 깨닫게 된다.

     

모든 글 쓰는 이들이 그래왔고, 나 또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몇 년 전 쓴 나의 글을 다시 보면 왜 이 정도밖에 안 되었지 하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나의 역량과 기량은 알게 모르게 늘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글을 굳이 고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더 좋고 세련된 글은 지금도 얼마든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의 이치는 매우 흡사한 것 같다. 피라미드의 꼭짓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글쓰기요, 완벽한 글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시대에 따라 글을 쓰는 방식도, 구조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진정한 글은 나의 생각과 내적 울림을 지면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생겨난다고 본다. 산문이 되었던, 운문이 되었던 우선은 내가 만족하지 않은 글쓰기는 그저 수단이지 진정한 글이 아니다.

     

남의눈이 무서워서, 남의 평가가 두려워서 글을 쓴다면 진정성 있는 글은 철저히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글은 생명력이 있고 분명 가치를 담고 있다. 내가 글을 존중해주지 않고 인격체로 대하지 않으면 글이 쉽게 나와 친구 하지 않고 나를 떠나기도 한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들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진정성 있는 내면의 가치까지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수단으로써의 사용은 장려하지만 마침표를 찍지는 못한다.

     

그것이 글이 가진 속성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넘어 경험과 지혜, 철학이 녹여있지 않은 글은 매우 건조하며 공감을 얻기 힘들고 특히 여운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는 분명 작가보다 냉철하고 예리하며, 지식의 깊이가 깊다. 독자는 다수이지만 작가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이론은 그저 이론에 불과하다. 적용과 쓰임새가 있을 때 논리와 이론은 완성된다. 이론이 이론으로서 머문다면 우리는 가설이라는 표현밖에 달리 다른 표현을 하기 어렵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체계적인 학습과 알찬 이론이 바탕이 된 글쓰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사람이, 모든 글 쓰는 이 가 학습의 어깨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허리가 되었든 몸통이 되었든 머리에 먼저 도달하는 것은 본인의 집착과 노력만이 주는 가치의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전쟁터나 다를 바 없는 직장에서도 글의 소재와 주제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요한 산사나 멋진 풍경만이 존재하는 곳은 더없이 좋은 글쓰기 공간이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러한 환경에서 살라고 하지 않는다.

     

프로 같은 아마추어보다는 아마추어 같은 프로가 되고 싶다. 그 가치와 진정성은 글쓴이가 아닌 독자가 판단할 것이며 나는 나만의 글을 쓰면 된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에게 솔직한 글쓰기요 대가 없는 아름다운 선물을 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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