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숨 고르기가 필요했었다

나도 너도 숨고르기 시간이 필요해

by 꿈달

아들이 오늘 나도 아빠도 학원쌤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학원에 안 갔다. 연락이 와서 사실을 알았다. 전화했다.

- 미안해.

- 거짓말이야. 뭔일 있어?

- 짜증나서 안 갔어

- 왜?

- 공부해야하는 건 아는데 눈 떠서 감을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짜증나. 못하니까 열심히 해야하는거 아는데 안 되니까 화 나고. 할 게 많은 걸 알고 있는 게 빡치고. 시험이 또 코 앞인 것도 빡치는데 알면서 안하는 내가 한심스러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수행평가와 1회평가 준비를 포함하면 한달 되었다. 아들과 밤 9시, 10시에 학원에서 돌아오면 또 나랑 공부한 것이 말이다. 아들 말대로 하루 종일 공부다. 그나마 점심시간에 급식 안먹고 밴드부에서 기타연습하는 게 아들에겐 숨 쉴 틈이다. 아침을 밥으로 든든히 먹고 가는 이유이다. 주말에 MTB타고 야간 라이딩하는 것도 나름 힐링 방법이다.

이번 연휴는 비가 자주 와서 라이딩이 힘들었고 엄마랑 공부까지 했으니 짜증도 났겠지.


- 뭔 일 있었니? 밴드부에 뭔 일 있었어?

- 아니. 아니라구.


걱정돼서 더 묻지 않았다.


- 미안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대신 오늘 니 생각과 감정에 충실해봐. 그리고 아빠랑 같이 엄마 데리러 와. 엄마도 밤바람 쐬보자.

- 알았어. 미안해. 학원선생님이 일요일에 보충해 주신데


난 쌤에게 사과와 함께 보충 안해주셔도 된다고 연락했다. 관심도 감사한데 주말 보충까지는~~


남편에게 연락했다. 나와 달리 이성적이고 차분하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드라이브하며 아이맘을 잘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다.


숨 한 번 골아 쉬었더니 다시 숨 이 막힌다.


아들에게 문자를 넣었다.

학원쌤에게 문자 드렸어. 엄마가 이해하고 널 도울 수 있게 해 주면 좋겠어.


그리고 나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숨을 고르자 숨이 막혔다.


직장인 엄마라고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아이도

숨 쉴 틈이 없는 세상 속에서

조용히 헐떡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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