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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글 Mar 19. 2024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 '마음'

[서평]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깊은 물속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알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만큼 파악하기 힘든 것이 또 있을까. 좋은데 싫다던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던가. 나의 마음도 똑 부러지게 알아채기 어려운데, 남의 마음이라고 알 수 있을까.


나쓰메 소세키가 직접 쓴 『마음』의 광고문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자기 마음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 정말 오만한 문장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선생님과 나, 2부 부모님과 나, 3부 선생님과 유서이다. 어찌 보면 1부와 2부는 3부로 향하는 도입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1, 2부가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3부를 읽고 1, 2부를 돌이켜보면 굉장히 많은 복선들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읽다 보면 각 챕터가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인 나 마음, 부모님, 선생님, 사모님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마음까지. 개개인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설명한 책은 처음이었다.  



가장 크게 생각이 남은 부분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이중성이었다. 가족에게 상처받은 선생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치유받지만, 결국 자신에게 상처 준 가족과 똑같이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나에게 잘못한 이를 미워하는 것은 쉽지만 나도 그와 같은 면이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끔찍할까. "나도 똑같았네, 미안"


이를 견디지 못한 선생님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간다. 여기엔 인간이기에 지닌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우정, 사랑, 질투, 의심, 선의, 동경, 죄책감, 후회 등등.



선생님을 어떤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어쩐지 상황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조금만 꺼내보였다면, 상황을 직면했다면 달라질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하기  어렵기에 '용기'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거겠지만 말이다.




책을 보면 여차할 때 악인이 된다는 표현이 있다. 선생님의 작은 아버지는 돈이었고, 선생님은 사랑이었다. 나에게 여차할 때는 언제일까.




타인의 다정함에 응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그 타인을 경멸했다기보다 우선 자신을 경멸했던 것이다.
18p.


자네는 방금 자네 친척들 중 딱히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의 인간이 이 세상에 따로 있다고 생각하나? 틀로 찍어낸 듯한 그런 악인은 이 세상에 없어.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러다가 여차할 때 갑자기 악인으로 돌변하니까 무서운 것이지. 그러니 더더욱 방심할 수 없다는 거야.
83p.


나는 어두운 인간 세계의 그림자를 가차 없이 자네의 머리 위로 쏟아붓겠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어두운 면을 가만히 지켜보고 그중에서 자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부분만 자기 것으로 만드세요.
152p.


육체는 정신이든 우리의 모든 능력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발달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자극이 점점 더 강해져 가게 마련이라서 찬찬히 생각하지 않다가는 몹시 험악한 방향으로만 내달리는데도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도 깨닫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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