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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글 Oct 10. 2024

멈출 수 없는 불꽃, 그 속의 삶 - '화차'

[서평] 화차 - 미야베 미유키

"화차;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화차』에 나오는 화차에 대한 설명이다. 빨갛게 쓰인 화차의 뜻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걸작!”이라고 크게 적힌 책을 보며 좀 호들갑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아무리 좋아도 1990년 초반에 나온 책이니, 지금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 또한 무게감이 상당하다. 실종된 약혼녀를 찾는 남자의 이야기는 점차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전개에 몰입하면서도, 무겁고 불편한 감정들이 맴돌았다.


약 30년 전 작품임에도 작품 속 현실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소비주의에 지배된 현대사회에서, 신용과 돈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통제하고 왜곡할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약혼녀의 실종을 추적하며 마주하는 진실은 충격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가 겪었을 고통과 외로움도 마음에 와닿았다. 처음엔 돈과 신용의 무게에 짓눌린 그녀의 선택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감히 넘겨짚자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지 않을까. 물질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적 고뇌와 상처를 들여다보려는 따뜻한 시선말이다.



『화차』는 단순히 범죄를 해결하는 소설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둠과 현대 사회의 불합리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고립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를 보며 그들의 공감에 고통하면서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화차'처럼 소리 없이 불타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소설이 그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 물음 자체가 이미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돌고 도는 불수레. 그것은 운명의 수레인지도 모른다. 세키네 쇼코는 거기서 내리려고 했다. 그리고 한 번은 내렸었다. 그러나 그녀가 되려고 했던 여인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또 그 불수레에 올라타 버렸다.  
127p.


이름이란 타인들에게 불리고 인정받음으로써 존재한다. 곁에서 신조 교코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의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는 펑크 난 타이어를 버리듯 절대로 신조 교코란 이름을 버리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름에는 사랑이 스며 있으니까.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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