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당신의 감정에 동화되는 나는 치유받은 걸까요? 다시 고통을 얹은 걸까요? 저는 바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흔적을 남겨야 하는 내가 아니라 계절에 따라 동서남북을 여행하는 무형의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7월에는 한강 작가님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습니다. 9월의 마지막 날, 오늘의 끝자리 0처럼 뻥 뚫린 마음을 가친 채 다시 고통 속으로 들어갑니다.
서늘한 바람은 억새 곁을 지나 강아지풀을 살랑거립니다. 나는 차단된 유리창 안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며, 저 멀리 하얀 건물에 비친 주황빛을 응시하다가 해가 저무는 시간임을 압니다. 하늘은 아직 파란색을 놓지 못하고 나는 몇 모금 안 남은 커피를 놓지 못합니다.
마음을 버리려 눈썹을 그렸던 나는 빨대에 입술자국을 남기고 버리려는 마음은 그대로 둔 채, 공허한 배만을 얻었습니다. 노을보다 진한 조명을 한 번 바라보다가 수북이 쌓인 내 흔적을 둘러보고, 바람을 눈으로만 느끼다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간다는 데 상실감을 느낍니다.
단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쓰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들'을 위해, 수많은 가정과 불확실함을 보려 합니다. 고달프고, 소모적인 일 끝엔 슬픔이 자리해 있습니다. 말라버린 꽃들처럼 제 펜도 비어버린 잉크만 덩그러니 놓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