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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0. 2019

여기서 주저앉으면
다신 일어서지 못할까 봐


불안이란 수수께끼는 갑자기 찾아온다. 


"똑똑, 불안입니다. 안에 계십니까?"




매번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해도 영리한 녀석은 문을 계속 두드려 괴롭힌다. 녀석은 잃을 게 없으니까. 노크를 계속하면 노이로제에 빠질 사람은 나니까. 


불안은 잘못 탄 버스와 같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던 월요일, 한낮에 닥친 현기증이 이상하리만큼 선명한 이유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 가기 위해 탄 버스는 좌회전을 해야 할 지점에서 직진을 했다. 목적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었다. 사서 고생을 하필 여기서, 왜, 오늘, 지금이냐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 카페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미안하다고, 버스를 잘못 타서 시간이 늦을 것 같다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30분을 걸었을 때, 오르막이 나타났고 갑자기 숨이 턱 맞히며 두통이 시작됐다.  나는 걸어가고 있는데 뛰어가던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 못가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난 더는 못가, 못 간다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악을 썼다. 


헤매다 주저앉아버렸다. 더는 못 갈 것 같았다. 이유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었다. 간신히 핸드폰을 뒤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더는 못 가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걱정이 된 친구는 달려왔고,  내 짐을 대신 져주며 같이 걸어가 주었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내가 왜 그랬는지, 거기서 왜 이런 이상신호가 찾아왔는지 의문이다. 확실한 건 그때의 느낌이었다.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 


생생한 느낌을 떠올리다 보니 그간 피로를 풀지 못했던 내 모습에 가닿았다.



많이 힘들구나, 힘들었구나. 알면서도 아니라고 계속 눌러왔구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약해진 나를 보니 아등바등 버티는 내가 안쓰러웠다.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싶었다. 삶은 버티는 거라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건 내 바람에 없었다. 그땐 여기서 주저 않으면 다신 일어서지 못할까 봐, 의식을 잃고 쓰러질까 봐 무서웠다.


나에게 불안이 계속 문을 두드렸던 건,  스스로 지친 마음을 알아주라는 사이렌이었다. 덮어두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수수께끼의 답은 너를 쉬게 해주는 데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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