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처음 접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현대 미술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그 중요성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른다. 난해하고 때론 괴기스러운 작품을 접할 때면 작가의 의도 앞에 한없이 작아진 난쟁이가 된 느낌이었다.
마침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라던 저자 송한나는 현대 미술 작품이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작가의 삶과 철학을 담고 있다고 친절히 안내한다.
몰큰 클락, 아담 핸들러, 카우시, 뱅크시... 책에서 소개하는 10명의 아티스트 중 내가 이름이라도 아는 사람은 '뱅크시' 뿐이다. 그만큼 그림에 무지한 내가 『그림 사는 이야기』를 후루룩 읽어내려간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이건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가이드로 분한 저자 덕분이다.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은 그도 똑같이 갖고 있던 의문이었으니까.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처럼 바라본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작가가 살았던 이야기, 작가가 작업을 하며 취했을 행위와 태도, 작품에서 배어 나오는 기억,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와 친해지는 작품도 있고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나와 맞지 않는 작품이 있기도 하다. (본문 中)
먼저 작품을 감상하는데 정해진 답이 없다고 알려준 인물은 '몰튼 클락'이다. 짧은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캔버스에 즉흥적으로 담은 그림에는 유년 시절의 추억, 일상 속 경험같이 친숙한 형태가 있다.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을 통해 방식에 구애받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담 핸들러는 어떤가. 시리즈를 통해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는 감성이 있다. 솔직한 화법은 거창한 의도 따윈 없다고, 숨은 의도 찾기를 그만두고 자신의 경험을 반추해 보라 손짓한다. 시리즈는 아기자기한 유령의 모습을 통해 캐릭터 자체에 몰입하도록 해 웃음을 유발한다.
이어지는 작가의 작품들도 관람객의 시각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느끼도록 끌어간다. 저자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림에 입혀 관점을 바로 세우고 제대로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길을 비춰준다.
아트 컬렉팅에 막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놓치지 않는다. 에디션과 수량,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물론 나만의 NFT 만들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작품의 소장 경험을 누려 보라며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칫 잘못하면 '작품=돈'으로만 바라볼 수 있지만, 송한나는 그림의 사는(live) 이야기를 통해 '삶(life)의 궤적을 꿰어낸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우리 일상에 큰 위로와 휴식을 선사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캔버스를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건 어떨까. 어떤 작품을 타인의 눈을 통해 판단하기보단 작가의 일부인 그림이 어떤 사랑을 받아야 하는지 논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