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프로그램 진행 중 벌어진 일
우리 학교 진로 선생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진정성 있게 학생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연구하고, 제공해주십니다.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진로상담을 해주신답니다. 학생들은 잘 이용을 할까요? 물론입니다. 상담받고 싶을 때는 불쑥불쑥 떠올라, 들쑥날쑥 상담 시간이 잡히지만, 진로 선생님은 중학교 아이들 개개인을 잘 파악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주시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진로 선생님께서 며칠 전 못 볼 장면을 보고 말았다고 하시네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학생 학부모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있었어요. 20여 명의 학부모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강사 섭외를 했고,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강사님 덕분에 학부모들도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A 학생 학부모가 갑자기 과자를 두 손 가득, 한 꾸러미 챙겨 들고서는 강의실을 나가는 거예요. 그 과자는 학부모회에서 제공된 것과 학교 예산에서 제공된 것이랍니다. 무얼 하려는 것일까? 궁금해서 저는 슬쩍 내다보았어요. 그런데, 순간 저의 눈을 의심하고 보지 말 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부른 것이었고, 아들은 큰 벼슬을 한 듯 당당하게 엄마와 복도에서 만났습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과자를 잔뜩 건네주고 아들은 곧 사라졌습니다. 이후 쉬는 시간 아들이 엄마에게서 받은 과자를 반 아이들에게 선심 쓰듯 나눠주는 모습을 봤지요. 평소에 그 어머니는 학교에 불만이 많아 학부모회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많이 표현했고, 아들에 대한 자부심 또한 남달랐습니다. 그날 학부모 교육에서 모두를 위해 놓여 있던 과자를 알뜰하게 챙겨서 아들에게 전해주고, 아들이 친구들에게 점수 얻을 기회를 제공한 것에 기분이 좋아 보였답니다. 아, 부끄러움은 저의 몫이었지요.
A 학생 어머니는 왜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A 학생의 가정 형편이 어려웠을까요? 과자 한 꾸러미를 그렇게 간절하게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다른 엄마들은 하지 못한 것을 해내서 신났을까요? 강의 도중, 아들과 아침에 미리 약속한 듯합니다만, 슬며시 빠져나가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을까요? 학급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너희들 나눠 주라고 빼돌린 거다.’고 전하라고 했을까요? 삼삼오오 함께 온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이 사실을 말했을까요?
저는 학교에서 교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엄마이기도 해서 학부모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학부모들의 이상하거나 지나친 언행에도 마음 상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너무 저렴하게 보이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다른 학생들이 보고 있는, 학교에서까지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이런 부모들만 따로 모아서 교육해주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방안이 있다면, 공유해주시겠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