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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면 500원? 찾으려면 500원!

by 종구라기


추석 명절을 맞아 수도권에 사는 처남 가족이 고향에 왔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가웠고, 조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수년 전에 돌아가셔서 추모관에 계시는 아버님도 뵙고 왔고, 얼마 전 출간한 나의 도서 '전기기술자, 생각에 감전되다'를 서명해서 선물로 주었습니다.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려 지갑을 열었는데 현금이 부족했습니다.
집 근처 농협으로 가서 30만 원을 출금하려 했더니 수수료 500원이 부과된다는 안내가 떴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운동도 할 겸 500원도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2km 떨어진 국민은행으로 향했습니다.

23분쯤 걸어서 도착한 국민은행에는 이전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인근 신도시로 옮겼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우리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 ATM은 사전 등록 고객만 모바일 출금이 가능했습니다.
결국 다시 농협으로 돌아가, 수수료 500원을 내고 현금을 인출했습니다.


그날의 기록을 돌이켜보면,
46분 동안 3.6km를 걸으며 4,888보의 운동을 했습니다.
비록 500원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몸은 가벼워졌습니다.

현재 나는 세 개의 은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급여 통장으로 각종 자동이체가 걸려 있고,
국민은행은 이전 직장의 급여 통장으로 일부 이체가 남아 있습니다.
농협은 각종 모임과 소액 입출금용으로 사용 중입니다.

만약 미리 지갑 속 현금을 확인했더라면,
500원도 아끼고 46분의 ‘어쩔 수 없는 운동’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날의 걸음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작은 실수 속에서도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얻었으니까요.


그래도 깨달은 교훈은 분명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자.
돈도, 건강도, 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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