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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경험, 학교 강단에 서다

by 종구라기

지난 9월 24일, 에세이 집 '전기기술자, 생각에 감전되다'가 세상에 나온 뒤 나에게 여러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국회의원 기업 회장님, 지자체장 등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들이 금연을 결심한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는 익산시에 있는 ㅇㅇ고등학교 강단에 서는 특별한 경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 학교 진로진학 담당 선생님께로부터 진로명사 특강 요청 연락을 받았습니다.

강의를 부탁받았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 수십 년 동안 수강생으로만 살아왔지, 학생들 앞에서 강사로 서 본 경험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의를 승낙하였습니다.

강의 내용은 국영기업체 LH 소개, 전기 전공자의 진출 분야, 자격증의 중요성, 회사에서 하고 있는 업무, 타 전공자들의 업무 및 진출 분야, 삶의 교훈 등이었습니다.


의를 승낙한 순간부터 바빠졌습니다.

아래 한글로 강의 내용을 충실하게 작성하였고 수 차례 수정을 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초안이 나오자 파워포인트로 작성하였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자료를 읽어본 아내와 딸아이가 말을 하였습니다. '아빠, 강의 중에 아이들이 졸거나 휴대폰을 보더라도 상처받지 마세요.' '재미있는 요소도 좀 넣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래서 '쉬어가는 코너'를 만들고 전기 상식 퀴즈도 넣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ppt가 어느새 100페이지가 넘었습니다. 진로담당 선생님에게 보내 검토를 받자, ppt 양이 너무 많다며 불필요한 것은 생략하고 실제 사례 중심으로 강의를 해 달라고 조언을 받았습니다.

여러 차례 소통과 수정을 거듭하여 강의 당일 새벽에야 최종 자료가 완성되었고 자료를 이메일로 송부하였습니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아내 앞에서 수 차례 시범 강의를 하며, 적절한 멘트와 강의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를 맞힌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문화상품권도 몇 장 준비하였습니다.


드디어 강의 당일, 회사에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는 휴가를 내어 학교로 갔습니다.

강의 전, 교장선생님에게 저의 책을 서명해서 드렸고, 학교 도서관에도 몇 권 기증하였습니다.

강의시간이 되자 공대 지망을 꿈꾸는 1학년 학생 50여 명이 강의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선생님의 소개 후, 조용히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놀랍게도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딸의 염려와 달리 졸거나 휴대폰 보는 학생은명도 없었습니다, 모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강의를 들었습니다.

중간에 번째 퀴즈에서는 한 학생이 정답을 맞혀 문화상품권을 받았습니다.

강의 중에, 여러분의 꿈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니 어떤 학생이 재빨리 손을 번쩍 들더니 '문상 받는 게 꿈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그럼 다음 문제 맞힐 기회를 줄 테니 잘 듣고 맞추세요."라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일반 상가에서 적정 계약전력을 구하는 문제였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 달이, 8월에 4,500 kwh를 사용하였다면, 계약 전력은 몇 kw가 경제적이고 적절한가요?' 물으니 바로 정답을 맞혔고, 그 학생에게 꿈인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참고로, 미용실, 공인중개사, 카페 등 소규모 영업장의 적정 계약전력은

"월 최대 사용 전력량 / 450" 하면 됩니다. 그래서 4,500 kwh / 450h = 10kw입니다.

[전기 요금 절약 꿀팁 등 전기 상식 자료는, 도서 '전기기술자, 생각에 감전되다'에 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진로담당 선생님께서 "훌륭했습니다"라며 칭찬해 주었습니다.

다음날에는 강의를 들은 몇 명이 공기업과 LH, 전기인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문자도 주셨습니다.

나는 썬킴이나 최태성, 설민석 선생님처럼 재미있고 화려한 강의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에게 새로운의 씨앗을 심어 주었기에, 첫 번째 강단 경험치고는 꽤 괜찮은 출발이었다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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