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레나 Dec 24. 2023

[올해의 전시] 2023 나만의 올해의 전시

지극히 개인적 취향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전시를 봤지만, 작년만큼 손에 꼽는 전시는 개인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거웠던 기억을 정리한다.


전문적인 배경지식은 없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정리했으며,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전시장을 돌며 ’ 그래, 이거지…’라는 느낌으로 약 한 시간은 머무른 전시

2) ‘내 방에 두고 싶은데…’라고 느낀 그림들

(*순위 없음/관람일 순)


<나만의 BEST 전시>

1. 히든트랙

- 전시관 : OCI미술관

- 기간 : 20230105 ~ 20230225

- 선정이유 :

 북한 유화 소장품 전으로, 1950 ~ 80년대 북한의

자연, 도시, 인물, 정물 등의 유화로 구성되었었다.

 인물화가 많은 전시는 흔치 않고, 특히 비슷하지만 다른 북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그 시대의 북한 사람들을 만나 신기하기도 했고, 이렇게 잘 그리는 사람들이 정해진 그림만 그리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도 들었다. 푸르른 강산, 열심히 노동하는 노동자들, 하얗고 통통한 어린아이들의 그림들을 의심 없이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림은 멋졌다.


2.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 전시관 : 소마미술관

- 기간 : 20230406 ~ 20230827

- 선정이유 :

 1920 ~ 80년대 이중섭, 이쾌대, 천경자 등 한국의 근현대 작가 25명의 작품 159점이 소개된 전시였다.

 특히 변월룡 화백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전시를 보며 변월룡 화백을 처음 만났다. 한국전쟁의 아픔이 처절하게 느껴지는 에칭과 어딘가 이국적인 인물화가 인상적이었다.

 전시장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많은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관람하기 어려웠지만, 한국의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회화부터 조각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관람 후엔 날씨가 좋아서 공원을 거닐고 돌아올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


3. 김환기 : 한 점 하늘

- 전시관 : 호암미술관

- 기간 : 20230518 ~ 20230910

- 선정이유 :

 김환기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1930년대부터 타계 직전까지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김환기 선생님의 그림을 이렇게나 많이 실컷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초기작부터 그동안 멀리서 봐야만 했던 그림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다만 그림이 주는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기엔 사람도 너무 많았고, 다른 전시처럼 작품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공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4. 권진규의 영원한 집

- 전시관 :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 기간 : 20230608 ~

- 선정이유 :

  많은 사람들이 권진규의 작품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족들의 총 141점 작품 기증을 통해 이루어진 전시이다. 1950 ~ 70년대 작품으로 특히 1950년대 조각 작품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올해는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작품이 이렇게 영원한 집을 얻게 되어 나조차도 기뻤던 전시였다. 다부진 조각 작품이 무너진 얼굴이 되기까지 그의 마음이 보여서 슬프기도 했다. 이제는 외롭지 않게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5. 마틴 그로스 : Dream Flie

- 전시관 : 파운드리 서울

- 기간 : 20230721 ~ 20230916

- 선정이유 :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틴 그로스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신작 회화와 영상으로 구성된 전시였다.

 파운드리는 믿고 간다. 작품은 역시 큰 공간에서 에너지를 뽐내는 것 같고, 평일에는 보통 조용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회화작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상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오일파스텔로 꼼꼼히 칠한 작품들 역시 주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재밌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그림들>

1. 앙드레 브라질리에

- 전시명 : New Works

- 전시관 : 오페라갤러리

- 기간 : 20230315 ~ 20230412

- 이유 :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대규모 개인전을 놓쳐 아쉬운 마음에 들렸던 전시에서 만난 그림이다. 말띠라서 말그림 좋아한다고 말하면 친구가 기겁을 하지만 나에게 말은 유난히 귀여운 동물이다. 달리는 말이 주는 에너지가 좋고, 특히 이 그림을 봤을 때 왠지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물론 살고 있지만… 살고 싶달까. 노년의 거장이 주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참 좋다.


2. 피에르 크놉

- 전시명 : 달콤한 풍경, 미지의 행인들

- 전시관 : 초이앤초이갤러리

- 기간 : 20230902 ~ 20231021

- 이유 :

 전시명처럼 풍경이 너무 달콤했다. 내 방안에 있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상상을 하며 한 점 한 점 관람했다. 다른 전시에서도 꼭 만날 수 있기를.


3. 왕쉬예

- 전시명 : 인식의 저편

- 전시관 : 학고재

- 기간 : 20230920 ~ 20231028

- 이유 :

 왕쉬예는 중국작가로 회화에서 철학적 품격을 추구해왔다고 한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감각은 인간의 기준이라는 것. 내가 다른 생명체라면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아름다울까 징그러울까 상상하며 그림들과 만났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의 그림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4. 이혁

- 전시명 :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

- 전시관 : 두손갤러리

- 기간 : 20231116 ~ 20231223

- 이유 :

 강아지가 마르고 텔레비전이 통통하길래 배경이 옛날이구나 생각했다. 작가는 1988년생의 탈북작가로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한국에서 다시 미술을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림만 보면 모든 게 느껴진다. 그 감정과 터치들이.

 북한에서 마르고 애처로운 눈빛의 강아지들과 달리 한국에서 만난 강아지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통통했다고 한다. 마르고 슬픈 강아지의 눈빛에서 작가의 마음이 보이며, 붓의 터치와 색감 역시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조만간 또 만나기를 기대한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의 전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