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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Nov 09. 2024

나이듦이 기대되는 이유

나는 회피하고 있는 걸까?.. 내게 질문하고 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그냥 마음 가는대로, 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주면 되는 건데ㅡ 직감을 따르면 되는 건데. 나는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하면 되는데, 해봐야 무언갈 경험하고 깨닫고 알게 되는 것을, 일어나지도 않을 두려움에, 혹시나 이러면 어쩌지...하는 류.로 또 다시 멈춰있다. 부디 오래지 않아 행동하기를, 일어서기를, 당장 하기를...


방 안 가득 스멀스멀 올라오는 차가운 공기가 내 뺨을 스친다. 손가락 끝도 바깥의 서슬퍼런 추위를 가늠케한다. 나의 고민은, 내게로 하는 질문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 차가운 계절을 맞이하고서야 끝을 볼 것 같다. 두 달이 지나서야 이젠 진짜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마음이라니. 자책은 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 밤산책에서 만난 밤하늘은 유난히도 선명했다. 진한 네이비색 밤하늘을 사랑한다. 정확하게 잰 듯한, 아주 반듯한 반달이었다. "널 만나러 왔어. 너도 날 만나러 온거지?" 아무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여느 날처럼 대화를 시작했다. "나 정말 어떡해야 될까?... 아직도 이러고 있다... 이젠 정말 내 안에서 이는 그것을 펼쳐보고 싶어. 원하는 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어!.. 나 왜 이리도 어리석니. 그냥 하면 되잖아...!" 요랬다가 저랬다가 분명 달, 너와의 대화인데, 혼잣말처럼, 꼭 독백처럼.


그렇게 2시간을 걷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걷는 내내, 설렘과 용기, 의지로 가득했다가 또 다시 두려움, 불안, 이랬을 때 이렇게 되면 어쩌지 하는 실체없는 걱정이라는, 망상류...로 가득했다가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렘과 용기,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이라는 것에 더욱 힘을 실었다. 그것이 내 안에 미칠 세기, 영향력은 두려움과 걱정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돈 차치하고,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네 자신이 했을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들.

네가 했을 때 가장 기분좋아지는 것들.

네가 가장 재밌어하는 것들...

너는 어떻게 살다 갈건가?

계속해서 갇힌 듯이, 두려움과 불안, 걱정들로 한참이 지나서야, "그때 그래 볼 걸."하는 아쉬움으로 생을 마감하겠는가? 그렇게 살다 갈건가?

10년 후 너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나는 그렇게 또 다시 질문했다.

 

내년이면 서른 여덟. 아홉...

다가오는 마흔은, 정말이지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완전하게, 완벽한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은 실은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생애는, 자기 자신이 되어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 어느 순간, 절로 그 길을 떠나게 된다는 것. 죽음이 나를 방문하는 날까지도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나의 갈망.이 살아있는 것.

내겐 그런 의미다. 그 뿐이다.


나이 들어감이, 늙어감이 두렵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젊음은 공평한 것이다.

삶과 죽음 모두 공평한 것.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피부의 노화도 체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새치도 머지 않아 생길테고 눈의 노화도 확연하겠지... 확실하게 20대,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생기를 따라가기 어렵다. 익어간 만큼 나이 들어가며 얻는 것들도 많다. 그러니 젊음도, 나이듦도 실은 하나다. 젊음이 있으니 나이듦이 있고 나이듦이 있으니 젊음이 있는 이 단순한 진리는 내 사색과 사유를 더욱 촘촘하게 한다.


나이 들어가며 알게 되는 것들이, 깨닫게 되는 것들이 주는 지혜와 성숙이 나는 그리도 좋다.


밤산책을 하고 왔더니 배고픔이 밀려왔다.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저녁을 먹고 설거지도 마쳤다. 그러다 겨울 니트 치마 하나, 스팽글이 군데군데 작게 들어가 소소하게 반짝이는 하얀 니트 하나를 꺼내와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 앉았다. 반짇고리도 꺼냈다.


자라 세일 기간에 사두었던 건데, 니트 치마는 뒷면이 반쯤 찢어진 형태라 그렇게 입기엔 춥기도 하고 뒤태가 신경쓰였고 하얀 니트는 등뒤가 깊게 파인 디자인이라 이렇게는 아니되겠다, 여며서 입자.싶었다. 밤색 니트 치마를 뒤집어 먼저 꿰매기 시작했다. 바느질이 이토록 재밌었나? 나는 푹 빠져버렸다. 절로 명상이 되어버렸다.


몰입했고 바느질하는 동안 정말이지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 고요는 침범되지 않았다.

바느질을 많이 해 본 적이 없고, 어릴 적 바느질하던 엄마 어깨 너머로 본 정도, 급한대로 아주 간단한 바느질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나 썩 하는데?.하는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역시나 기대하지 않으면 만족감이 크다.


다 꿰매고 난 치마 밑동이 완벽하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 언밸런스가 내겐 문제되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건데다 그래 보여도 전혀 상관없는 마음. 외려 빈티지 스럽지 않겠냐는 자기 만족감... 무튼 내겐 작은 성공이다.


그렇게  개를 끝내고 나니, 두번째 바느질엔 자신감이 붙었다. 역시나 니트를 뒤집고 흰색 실을 바늘에 꿰어 촘촘하게 나아갔다. 힘들일  없이. 힘빼기의 기술이란 이처럼 바느질에서도 어디내놔도 이토록 유용한 것이다.


흰색 니트 뒷부분이 좁고 깊게 V자로 파인 디자인이었는데, 너무 답답하지 않도록 반쯤꿰매기로 했다. 그렇게 마무리를   입어보니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문득 예전에 자라 가디건을 샀을  여분으로 같이  단추  개가 생각났다. 브이라인 부분에  단추를 달아보면 어떨까? 밋밋하지 않으면서 하나뿐인 옷일  같은데?... 그렇게 단추 하나를 달아 나만의 니트 하나를 완성했다.


진지하게 바느질을 취미 삼아볼까. 바느질하고 난 뒤 만족감이 이토록 강렬한 것이었다니.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나만의 옷을 만들어야지에서부터 내가 입고 싶은 패브릭 옷을 직접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싱글벙글 방긋.웃는 날 보며, 어쩌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이런건데... 오늘 나의 이 바느질이 결코 우연이 아닐거란 생각을 했다. 내게 무언갈 경험하게 하고 느끼게 해주려는 게 아니었을까?


소박한 것들을 사랑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반짝반짝이는 것보다 편안한 것들, 자연스러운 것들에 호감가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하고 시시한, 그러나 그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


나이 들어간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움직임이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소박해도 단출해도 촌스러워도 화려하지 않아도 실은 정말이지 아무렴 상관없는 것이다. 익어갈수록 내가 신경써야할 것은 내면의 촌스러움이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라는 말보단 그 분명한 차이를 감각하는 것이 사는데 더 이롭다.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기낸다, 도전한다, 헤쳐나간다.는 단단하면서도 촘촘한 마음 근력을 쌓아나가는 것. 그 과정이 내겐 성장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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