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인베스트, 델리오 등 가상자산 예치·운용사가 자산 위탁 업체 비앤드에스홀딩스(B&S홀딩스)의 재무 문제로 타격을 입고 입출금을 중단했다. 특히 하루인베스트는 전 직원을 해고했다.
가상자산 예치·운용사들은 안정성, 수익률을 강조하지만 정작 계약 상의 이유로 위탁 업체명이나 자산 운용 규모에 대해 감추는 등 불투명한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는 업계에 따르면 전체 운용 자산이 3000억원 규모에 달하는데 그 중 2500억원을 비앤드에스홀딩스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앤드에스홀딩스는 자산 운용으로 매출을 거둬들이지 못했다. 현재는 파산한 FTX 거래소 토큰 FTT 등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루인베스트는 이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가 비앤드에스홀딩스가 뒤늦게 실적을 속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루인베스트는 2주에 한 번씩 예치 상품의 가상자산 이자율 등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는 "허위 사실이 담긴 경영 보고서를 제공한 비앤드에스홀딩스 기만 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를 얼마나 잃었는지 조사 중이라 실적 보고서를 제공할 수 없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하루 측은 "언 플러스의 경우 상품 약관에 따라 적립금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손실이 발생할 경우 실제 받게 될 적립금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델리오는 하루인베스트 외에 비앤드에스홀딩스에도 역시 일부 자산을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지난 17일 이용자 대상 간담회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비앤드에스홀딩스 측은 2000억~3600억원 규모의 FTX 채권을 보유 중인데 이에 대해 채권을 수령하면 7~8월에는 상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비앤에드홀딩스 공동 대표 중 한 명이 외국인이라 채권 수령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자산 운용 규모, 위탁 자산 규모, 위탁 업체명을 밝히지 않은 가상자산 예치·운용사는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뿐만이 아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헤이비트, 샌드뱅크 역시 계약 상의 이유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헤이비트는 하베스트라는 디지털 자산 예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USD코인, BUSD 예치를 지원하며 연 이자율은 1~5%에 달한다. 하루인베스트가 연간 이자율 12%, 델리오가 연간 이자율 10%를 제공한 것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헤이비트 운영사 업라이즈 이충엽 대표는 "하베스트 운용 금액은 500억원 이하이며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업라이즈가 회계법인으로부터 매년 외부 감사를 받고 난 이후 보고서를 공시하는 업체라는 점과 매 분기마다 자산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안정성을 강조했다. 또한 안정성을 위해 자산의 대부분을 내부에서 운용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재예치 상품 일부에 한해 외부 자산 위탁 운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 이름이나 위탁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가상자산 자산관리 서비스 샌드뱅크는 ▲전문 트레이딩 업체 대출 ▲내부 퀀트, 알고리즘 투자 ▲ 수탁과 단기 유동성 공급 등의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다. 샌드뱅크는 고객 자산 직접 운용과 위탁 운용을 병행하고 있는데 역시 자산 규모나 외부 운용 비중, 자산 규모에 대해선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퀀트 트레이딩 모델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FTX 파산 이후 외부 위탁 비중을 급격히 줄였다는 정도만 밝혔다.
샌드뱅크는 ISO/IEC 27001인증 서비스 취득, 분기별 실사 보고서 공개, 현대해상 개인정보 배상책임보험 가입한 점을 들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로부터 샌드뱅크는 안전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자 하루인베스트, 델리오 출금 중단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입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웹3 사업을 하고 있으면서 투자에 필요한 정보 공백이 많은 점은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투명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업 운영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 역시 이와 관련 "고객의 자산을 보관만 하면 되는 거래소와 달리 자산 운용 업체는 고객 자산으로 차익거래 등을 하기 때문에 투명한 지갑 주소 공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을 위해 (코인런 등에 대비한) 보험을 만드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운용 자산 규모도 불투명한 가상자산 예치·운용사와 달리 기존 금융권 자산운용사의 공시 제도는 엄격하게 제도화 되어 있다. 투자자가 펀드 선택에 용이하도록 증권사의 매매 비중, 평균·최고·최저 위탁매매수수료율, 매매회전율까지 공시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운용 자산이 50억 미만인 소규모 펀드에도 수익률, 매매회전율, 위탁매매수수료, 기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공시하게끔 되어 있다. 가상자산 예치·운용사들이 좀 더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