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투명성'을 빙자한 '불투명'한 업계에 대하여
feat. 사업자라 쓰고 사기꾼이라 읽히는 놈들에게
블록체인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제일 먼저 배우는 개념은 블록체인은 바로 투명한 기술이란 점이다. 분산원장에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한번 기록된 거래는 위변조가 불가능해 신뢰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현존하는 디지털 기술 중 그 어떤 기술이 거래 내역의 조작을 방지하고 투명하게 그 내역을 공개한단 말인가? 이 점은 바로 블록체인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업계나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하는 가상자산은 정말로 그 기술만큼 믿을 수 있고 투명한가? 아니, 정확히 그 반대다. 가상자산은 범죄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며, 투기 수단이나 돈 세탁 방법으로나 취급받고 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가상자산 업계는 도박 카지노나 그 취급이 다를 바가 없다. 과장이 아니다. 정부에서 제정해 2025년부터 시행될 가상자산 과세 방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과세 비율은 소득의 20%로 공제액은 250만원까지다. 이는 카지노, 경마로 번 소득 공제액과 똑같다. 가상자산 업체는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중기부에서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이게 현실이다.
그럼 그토록 투명하고 무결하다는 블록체인 기술과 달리 관련 업계 인식은 왜 이렇게 똥통에 처박힌 것일까? 정말로 이쪽 업계 사람들이 외치는대로 블록체인 기반 웹 3.0이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 정부나 대중이 무지하고 몽매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특히 국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 사업 방식이 전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투명하게 운영하는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회사는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답을 못할 것이다. 없기 때문이다. 제 살 깎아먹기로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최근 하루인베스트나 델리오처럼 국내 1,2위 규모 가상자산 예치·운용사들의 출입금 중단 사태가 그런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국내 1,2위 코인 예치사들이라지만 내부 관계자가 아니고선 이들이 자산을 정확히 얼마나 예치받아 어떻게 운용했는지 알 길이 없다. 손실 규모나 피해 규모에 대해선 여전히 밝히지도 않고, 추가 부실이 있는지 입 꾹 닫고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자금 상환 방법? 그런 걸 밝힐 턱이 있나.
피해자들이 단체 소송을 하고, 법원에서 보전 명령을 내려도 결과는 매한가지다. 델리오 대표라는 인간은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기는 커녕 되도 않는 감정적 호소만 하고, 자기 입맛대로 만든 대표단을 통해 피해자들을 갈라치기한다.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는 입으로는 고객에게 죄송하다며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게 하나도 없다. 피해 보전보다는 자신들을 속인 B&S홀딩스 송사가 먼저란다. 이들이 제도권 금융 업자들이었다면 이런 게 가능한 일이었겠나. 금융위나 정부 당국이 이렇게 손 놓고 방관만 하고 있었겠는가.
그리고 코인 업계에 하루인베스트나 델리오같은 사업자라 쓰고 사기꾼이라 읽는 놈들이 한 둘이었는가. 현재의 병폐는 이런 업자와 무책임한 대처가 쌓이고 쌓여 만든 결과다. 블록체인은 투명하고 깨끗한 훌륭한 기술이다. 하지만 그걸 활용한 업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이렇게 부패하고 병든 업계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더럽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업계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자정작용은 커녕 고여서 점점 더 썩어문드러져만 가는 이 바닥에 대체 무얼 기대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원래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의 뒷소문이나 재밌는 담론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했던 이 브런치의 주제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제도권 금융이나 그 밖의 다양한 화제들을 한데 아우르고자 한다. 7월부터는 이 공간이 더 재밌어질 거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