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소송 결과와 코인 증권성 논란
코인이 증권이 되는 경우의 수가 더 늘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시작된 리플 코인 발행사 리플랩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길고 긴 싸움의 종지부가 찍혔다. 물론 이건 한국으로 치면 1심 재판 결과라 SEC가 다시 항소한다면 대법원까지 가는 아주 길고 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반이 넘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1심 판결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리플이 가상자산 거래소나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토큰 판매한 것은 증권이 아니다.
· 리플이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를 상대로 토큰 판매한 것은 증권이다.
·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대표와 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공동설립자가 토큰 판매가 증권법 위반 행위임을 알고 했는지는 정식 재판에서 다룬다. (이번 판결은 리플과 SEC가 제칠한 약식 판결 요청에 따라 나온 것)
이를 두고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며 가상자산 업계의 승리라 폭죽을 터뜨리며 하루만에 96% 상승했다. 심지어 바이낸스코인을 제치고 한때 시총 4위까지 오르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솔라나, 카르다노, 폴리곤처럼 SEC에게 증권이라 지목 당한 코인들도 비증권이라고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덩달아 올랐다. 하지만 이 재판 결과를 두고 마냥 리플의 승리라고 폭죽을 터뜨릴 일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법원은 리플과 SEC 어느 한 쪽의 손도 완전히 들어주지 않았다. 리플의 완전한 승리라고 하면 기관이나 헤지펀드 상대로 코인을 판매한 것도 증권이라고 인정받지 말았어야 했다. SEC의 승리라면 거래소를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코인을 판매한 것 역시 증권이라고 판정받았어야 했다. 즉, 어느 쪽도 완벽하게 얻어낸 것은 없다.
오히려 셈법만 복잡해졌다. 코인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 '판매 방식'까지 들어간 것이다.
코인판에 주적이라 불리는 SEC가 가상자산을 증권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자기들 검사 권한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지난 1933년에 제정된 하위 테스트라는 증권 판단 기준을 가상자산이 충족하기 때문이다. 하위 테스트은 4가지를 기준으로 증권 여부를 판단한다. ▲ 제3자의 투자를 받고 ▲ 투자금이 공동 사업에 사용되며 ▲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 그 이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하면 증권이라고 본다.
코인 업계가 증권성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코인이 증권이라고 판별되면 바이낸스, 코인베이스같은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을 취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금융위에서 리플이 증권이라고 확정지었다면 업비트나 빗썸 등은 리플을 즉각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소리다. 가상자산 거래소같은 업자는 금융투자(증권)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증권을 취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인이 증권이 아니란 사실 입증에 다들 혈안이 되어 있다.
이번 판결도 보면 미 법원은 하위 테스트에 따라 리플의 증권성을 결정했다.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에 코인을 판매한 것은 투자자들이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그 이익이 타인(리플사)의 노력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증권이라고 판별했다. 반면 거래소를 통해 리플 코인을 산 개인 투자자들은 '이 돈이 공동 사업에 사용되거나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덕분에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유수의 거래소에서는 리플이 다시 상장됐지만 이것이 호재인지는 앞으로 불분명하다. 코인 증권 판단에 코인 판매 방식까지 변수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들이 하위 테스트 중 '타인(코인 발행사)의 노력에 따라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코인 판매 방식은 제한될 수 있다. ICO나 IEO, 런치패드 등으로 판매된 코인은 증권이라 볼 여지가 커진 것이다. 앞으로 코인이 증권인지 아닌지 셈법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람 잘 날 없는 코인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