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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May 23. 2024

혼자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_1

취향으로 채운 2박 3일의 기록

3년 전에 처음으로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30대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떠난 혼자만의 시간이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퇴사를 하고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오랜만에 혼자 제주에 다녀왔다.


혼자 하는 여행은 함께하는 여행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다. 일정을 모두 나만의 계획들로 채워갈 수 있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도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동안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1인 여행자들만 올 수 있는 조용한 숙소인데 소위 말하는 '파티'가 없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 좋고, 사람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새로운 사람들이 궁금한 내향인'인 나의 여행에 완벽한 밸런스를 맞춰주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향한 곳은 융드립 커피로 유명한 카페 '홉히'. 돌담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부터 제주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개방형의 바테이블에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융필터는 추출이 느린 것이 특징으로, 좀 더 짙은 농도의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티라이크(tea-like)한 가벼운 뉘앙스를 즐기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융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제주 카페 '홉히'


제주에 오면 꼭 서점에 들린다. 제주도에는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전부터 다녀오고 싶었던 '책방 소리소문'에 다녀왔다.


'소리소문 :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라는 뜻으로, 국내 서점으로는 최초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서점 150'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벨기에 Lannoo Publishers 선정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아늑함이 느껴지는 단독주택 형태의 공간인데 책을 멀리하는 사람도, 이미 책을 즐기고 있는 사람도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지향하는 곳이다.


표지를 숨긴 채 키워드만으로 책을 구입하는 '블라인드북',

누구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만큼 기록하는 '필사노트',

소리소문만의 에디션으로 특별 제작된 베스트셀러,

'책방에 억지로 따라온 남자들을 위한 책'까지,


책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컨텐츠와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억지로 따라온 남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큐레이션이 참 유쾌하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녹여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골라 창가에 앉아서 잠깐의 시간을 보냈다.


요즘에는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비롯한 다양한 독서 형태가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하기 가장 좋은 매개체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넘길 때 느껴지는 사각사각한 종이의 질감 같은 아날로그 한 매력을 대체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서 수제 감귤차를 한잔 더 마시고 숙소로 향했다.


수제 감귤차가 맛있는 제주 카페 '조은기록'


방에 짐을 풀고 나니 멀리서 노을이 피어오른다.



자연의 소리만이 가득한 조용한 동네의 풍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온전한 휴식이 된다.


노을지는 제주의 풍경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볍게 술자리를 가졌다. 퇴사를 하고 제주를 찾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퇴사자의 요람과도 같은 제주도..


하던 일도 퇴사를 하게 된 계기도 모두 다르지만,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각자의 고민과 취향을 공유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트레일러닝을 즐기며 극한의 상황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는 사람,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과 색감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

인테리어에 흥미가 생겨 목공일을 배우고 있는 사람,


결국 나만의 색깔로 일상을 채워가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되니 제주의 밤하늘에는 유난히 별이 빛난다. 어두워질수록 별은 더 반짝이며 빛을 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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