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를 하는 이유
퇴사를 하고 거의 매일 카페투어를 다닌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콘텐츠를 올리기 위함도 있지만, 여전히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카페는 이제 집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친구와 연인을 만나고, 때로는 혼자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마시고, 일상생활 중에 약간의 텀이 생기면 우리는 가장 먼저 카페를 떠올린다.
카페라는 공간은 어쩌면 집과 야외의 경계에 자리하는 곳이 아닐까, 집 같지 않으면서도 집 같은 공간이 카페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택을 카페로 조성하는 요즘의 트렌드를 보더라도, 사람들이 카페라는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집은 아니지만 집 같은 공간, 그런 곳을 좋아하고 찾게 되는 이유가 뭘까?
카페에 가면 사람들이 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환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당한 수준의 소음과 활기는 잠들어있던 감각들을 깨우고 에너지를 돌게 한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머무르며 사회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카페에는 이야기가 있다. 모든 카페에는 담아내고,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있다. 추억과 의미가 담긴 오브제를 활용하거나, 건축적인 요소들로 의미를 표현하기도 하고, 공간 자체가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다.
카페에는 한 사람의 생애가 담겨있기도 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담겨있기도 하다. 앞서 말한 사람과의 직접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공간을 통해 간접적인 교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카페를 통해 생각하게 된다. 갈수록 '생각'이란 것을 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간다. 매일같이 새로운 정보가 셀 수 없는 수의 매체들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자연스레 정보 수용자의 입장에서 이것들을 소화해 내기에 바쁘다. 이해하기에도 벅찬데 내 생각을 가미할 틈이 없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들이 생각 회로를 차단한다.
카페에 가면 핸드폰을 잠시 멀리 두고, 꺼져있던 생각 회로를 천천히 가동시킨다. 묵혀뒀던 책을 꺼내 보며 생각 근육에 기름칠을 해주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감상하며 생각이 피어오를 틈을 열어준다.
실제로 카페에 멍하니 앉아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오래 품고 있던 고민을 지혜롭게 해결한 경험들이 많다. 카페는 일상의 템포를 줄여주는 페이스메이커와도 같다.
카페를 통해 놓친 것들을 보게 된다. 불어오는 바람이 만드는 자연의 물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낮잠 자는 고양이에게서 느껴지는 포근함이 어떤 것인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레 체감하게 된다.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사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놓친 것들을 하나하나 포착하고 간직하게 된다.
그렇게 여전히, 카페투어를 즐겨한다.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서 삶의 놓친 부분을 채우고, 일상을 충전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 것이 아닐까.
카페라는 공간도 언젠가 대체재가 등장할까?
대체재보다는 '카페'라는 의미가 점차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고급 브랜드로 여겨지던 프랜차이즈 시대를 지나, 다양한 개성과 문화를 담아내는 개인카페 시대에 이르기까지, 카페라는 공간의 의미는 문화공간이자 표현의 산물이며, 교류의 장으로 확장되어 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장되어 가며 사랑받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카페는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