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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Sep 05. 2024

카페에서 일하며 느끼는 것들

카페에서의 두 달간의 생활


카페에서 파트타이머로 일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업무 루틴도 제법 익숙해졌다. 카페에서 일하는 게 참 재밌다. 확실히 사람을 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은 카페에서 일하며 느낀 점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모든 생각은 나의 주관적인 것들이다.




1. 사람을 대하는 일이 재밌다.

카페의 업무 환경은 내가 6년간 대기업에서 경험해 온 업무 환경과는 180도 다르다. 사무실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조차 모니터를 바라보며 메신저를 주고받곤 했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사무실이 항상 숨 막히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일하는 내내 많은 사람들과 대면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는 출근 후 매장을 정리하며 일상을 공유하고, 매일 새로운 손님들을 응대한다. 사실 오피스 상권이라 손님들과 대단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일을 하며 알게 된 것은,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메뉴를 추천해 준다거나 매장을 깔끔하게 정리한다거나, 이런 사소한 일에서도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때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손님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하며 얻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



2. 생각보다 영어 쓸 일이 많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꼭 외국인 손님들이 찾아온다. 일본과 동남아, 중국, 서양인들까지 국적도 다양하다.


덕분에 회사에 다닐 때보다 영어를 훨씬 자주 사용하고 있다. 카페에서 주고받는 표현들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본의 아니게 놓고 있던 영어공부를 하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다. 카페에서 일을 하며 영어사전으로 단어를 찾아보고 있을 줄이야.


이제는 외국인 손님들을 은근히 기다리게 된다. 가끔 돌발 질문으로 나의 회화력에 종종 기름칠을 해줬으면 좋겠다.


외국인들은 특유의 친화력을 뽐내며 유머를 던질 때가 있는데, 저번에는 기다란 모양의 휘낭시에 빵을 보고 "Is that Cigarette?"이라며 능청맞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런 것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3.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카페 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동료들도 그렇고, 손님들도 그렇다. 신기하게도 카페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모두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각기 다른 분야를 경험하고 카페로 모인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꽤나 흥미롭다.


손님들은 어떠한가, 매일 아침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사이즈를 주문하는 단골 고객부터, 커피가 맛있다며 젠틀하게 감사 인사를 해주시는 어르신 고객, 커피는 잘 모르겠고 알아서 맛있는 걸로 달라는 고객, 연한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 시럽을 두 번이나 추가하는 고객. 취향도 느껴지는 분위기도 제각각이다.


얼마 전에 한 영상에서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기 위해 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과의 만남 또한 경험의 일부가 아닐까, 덕분에 매일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가고 있다.



4. 작은 일에 즐거워진다.

우리 매장의 장점은 탁 트인 통창으로 은행나무가 있는 테라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이 다가오니 높고 푸른 하늘과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이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준다. 피크 타임이 지나가고 가끔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진다. 테라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오픈을 준비하며 커피를 내려마실 때, 매장을 나서는 고객이 감사 인사를 남겨줄 때, 일을 하는 순간순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회사에서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일을 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퇴사하고 나서야 깨닫고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고 보니 너무 아름답게만 기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게 두 달간 느낀 가장 솔직한 회고록이다. 물론 일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도 조금씩 희미해질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며 익숙해진 것들에는 금방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카페 일에 매력을 느낀다. 일을 하며 늘 좋은 에너지를 받고, 스스로를 더 채워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카페 일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면에는 다른 일에 대한 욕구들이 자리하고 있어 아직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SNS 계정을 관리하는 일이나, 공간이나 콘텐츠와 관련된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앞으로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훗날의 선택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또 다른 기회에 다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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