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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네스 Aug 04. 2024

해외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쯤, 일본에 유학 후 꽤 오래 직장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삼촌에게 그런 질문을 했었다.


삼촌은 일본에서 계속 살고 싶지 않았어?


그때 한참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온몸 가득 부풀어 올라 있을 때라 그렇게 물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삼촌이


살고 싶었지. 근데 상황이 그게 쉽지가 않았어.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때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역시 여건만 되면 다들 해외에서 살고 싶어 하는구나. 이게 정답이었어."


그러고는 열심히 준비해서 프라하로 떠났었고, 이상과 아주 많이 달랐던 현실에 호되게 당하고 쫓겨나듯 귀국했다. 한국에서야 본교가 어쩌고 분교가 어쩌고 하면서 취업을 하네 마네 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 명의 인플루언서였던 거지, 프라하에서는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학교 순위나 팔로워 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의미도 두지 않았다. 나는 그냥 말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런데 그렇게 쫓기듯 귀국하고 나서도 왜인지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실패의 원인이 명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보완해서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러고 1년쯤 지났나, 취미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학생의 신분으로 안전하게 다시 도전할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교환학생이었다. 결국 열심히 준비해서 2년 만에 다시 유럽에 살러 왔다. 그리고 (체코) 실패 원인을 보완해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나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교환학생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땐 정말 한국에 돌아가기 싫었고 그때 반드시 스페인에 돌아오겠노라고 다짐했다.


졸업까지 3학기 정도가 남았었기에 정확히 1년 반 후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체코에서 실패했던 이유는 딱 2가지, 언어와 직업이었다. 사실 언어가 안 되는데 직업이 될 리가 없으니 결국 일맥상통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1년 반이 지났고, 나는 지금 마드리드에 있다.


교환학생 때 잘 다져놓은 스페인어는 지금 이곳에서의 일상에서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 주었고, 스페인어를 할 줄 아니까 이번엔 직업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던 과정은 나를 디지털 노마드로 만들어 주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내가 1년 반 동안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이곳에서의 삶이 어떻길래 그토록 치열하게 노력했던 건지, 전공과 전혀 무관하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할 때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했는지, 그래서 이곳에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 앞으로 이곳에 낱낱이 공유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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