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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Oct 20. 2024

산소 프로젝트

리더 포비아 즉 리더 되기를 두려워하는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승진하면 모두 축하해 주고 축하받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교직 계도 리더 포비아 현상이 뚜렷해졌다.



승진하는 것이 교직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아예 무관심해 버린다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 교직에서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꺼려할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지금의 교감 선생님들 모습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 같다.



맞는 얘기다. 교감 선생님들의 일상이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교직원들이 보기에 결코 교감 선생님의 역할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젊은 교사들조차 이제는 승진 가산점을 취득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현직 교감 선생님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각종 민원과 고충, 갈등 상황을 비롯한 다른 교직원들이 꺼려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교감에게 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교육공무직, 교사, 행정실 직원 등 각자의 합당한 근거를 들어 업무를 맡지 않으려는 현상이 점점 두드려지고 있다. 학교라는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업무 지원이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학교라는 조직은 다양한 세대, 다양한 직군이 모여 일하는 공간으로 변화하였고 이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기에 쉽지 않은 조직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 비슷한 문제라도 학교마다 처한 상황과 문제가 다르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다르기 때문에 교감에게 하나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공적인 기관에서 모든 일은 공문으로 시작해서 공문으로 끝난다. 구두로 말하는 것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기에 1원 한 장 돈 쓰는 것도 공문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위해서는 누군가는 공문을 맡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공문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철저하게 방어벽을 치면 결국 그 일을 교감이 할 수밖에 없다.


리더가 시간 빈곤에 허덕이고 바쁘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47쪽)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겠지만 학교라는 곳은 '정답이 없는 곳'이다. 늘 상황에 따라 답을 찾아가야 하고 요즘처럼 시대의 변화 속도가 빠른 시기에 행정적인 지원 절차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공문을 뚜렷하게 분류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두가 손사래를 치면 과연 학교라는 조직을 누가 움직여가야 할까?



정답 없는 세상에서 중간 리더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된 일은 역설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일들을 교감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리더의 진수가 아닐까 싶다.



환영하는 자리, 쉬운 자리, 편한 자리는 누구라도 선망하는 역할이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 교감, 교장 자리는 예전에는 그런 자리였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다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교감, 교장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교감, 교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생각이다.



힘들지만 좁은 길을 걸어가고 싶다.

남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

박수받는 곳이 아니라 마음고생이 있더라도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일이 교감의 길이고 교장의 길이라면 기꺼이 가고 싶다.



최고의 글로벌 IT기업 구글에서 리더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가정을 하고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 결과 리더가 있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났다고 한다. 결국 구글은 '산소 프로젝트'를 통해 리더의 역할을 좀 더 강화했다고 한다. 리더가 곧 조직의 산소와 같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히 중간 리더는 단순히 더 상위 리더로 가는 과정에서 잠시 거쳐 가는 역할이 아니라 중추적인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각 학교의 교감의 역할이 그렇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목적을 향해 함께 가도록 이끄는 역할이고 주어진 일보다 스스로 일을 디자인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이 잘하도록 도와야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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