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의자, 그 두 번째 이야기

연작시 - 오래된 의자

by 몽중상심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던 [오래된 의자]에게도 빛나는 시작은 있었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던 나에게도

빛나던 과거는 있었다

기분 좋은 바람 살살 맞으며

목수 아저씨의 정성스러운 페인트칠을 받는 날에

나는 행복을 깨달았다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리고

내게 기대는 사람도 자주 바뀌고는 한다

그중에는 세상을 그려내는 화가도, 상상을 그려내는 작가도,

마음을 그려내는 작곡가도 있었다

결국엔 모두 나를 떠나갔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피부에 쌓여있다

화가의 붓에서 잉크가 튀고, 작가의 만년필에 긁히기도 하며,

작곡가의 볼펜이 톡톡 두드려 자국이 남는다

그 덕에 지나간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다

때문에 나는 내 피부에 쌓인 흔적들을 사랑한다

수십 번의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리고

내 몸의 관절들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해맑은 미소로 내게 페인트칠을 해줬던

목수 아저씨의 얼굴이 그립다

그때 맞았던 기분 좋은 바람이

이제는 너무나도 차갑고 거세서

내 몸이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 몸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서부터는 누군가 내게

기대려 하지 않는다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도 없다

나는 그저 밖에서 가만히 머무를 뿐이다

사실 무섭다

비가 거세게 쏟아져 온몸이 축축하고, 태풍이 휘몰아쳐

다리를 잃어버리고, 폭염에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져서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는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이 너무나도 두렵다

내게 기댔던 이들은 많았지만

나를 가장 소중히 대해줬던 목수 아저씨가 생각난다

그의 향기와 그의 미소와 그의 사랑이 그립다

그는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목수 아저씨의 손길이 그립다

항상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사람

나에게 기대었던 첫 번째 사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기만 했던 사랑

그 사람, 그 사랑

내 한 몸 다 부서져도 좋다

의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다시 거두어주었으면 좋겠다

목수 아저씨는 잘 살고 있을까?

나를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항상 기다릴게요

나를 만들어준 사람, 내게 기댄 첫 번째 사람

나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