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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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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Aug 16. 2024

발인發靷

꿈을 꾸었던가요

당신,


투명한 소리가

투명한 어둠을 뚫고

투명한 잠재의식으로 파고들었던가요


잠의 날짜변경선은 어디에 두었을까요

묵은 밤과 새로운 날이 뒤섞이면

환승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이별하기 좋은 날'이라는 속담은

꿈속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씁쓸한 은 씁쓸한 만큼만 뒤척이다가

전송되는 아침을 또 맞이합니다

여전히 청승스러운 택배 같아요

집 앞 버려진 발자국 소리에

당신의 방은 이미 비어있음을 알아챘어요

빈 공기로 가득한 당신의 방에선

가파른 호흡을 할 수밖에요

이별의 방정식은 아무리 풀어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냥 외워야 할까 봐요


호기심일까

애처로움인가요

창문은 빼꼼히 피부를 찢었고

찢긴 피부 틈으로는

아직도 식지 못한 당신의 체온이 흘러내리고 있어요

수직으로 낙하할 수 없는 체온은

구심점을 찾아 이리저리 창문 틈을 기웃거리다

결국은 창문 속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운명을 이해했겠군요


두렵지만 단호하게

오늘의 주인공인 당신은

봉인된 그 속을 걸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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