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던가요
당신,
투명한 소리가
투명한 어둠을 뚫고
투명한 잠재의식으로 파고들었던가요
잠의 날짜변경선은 어디에 두었을까요
묵은 밤과 새로운 날이 뒤섞이면
환승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이별하기 좋은 날'이라는 속담은
꿈속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씁쓸한 잠은 씁쓸한 만큼만 뒤척이다가
전송되는 아침을 또 맞이합니다
여전히 청승스러운 택배 같아요
집 앞 버려진 발자국 소리에
당신의 방은 이미 비어있음을 알아챘어요
빈 공기로 가득한 당신의 방에선
가파른 호흡을 할 수밖에요
이별의 방정식은 아무리 풀어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냥 외워야 할까 봐요
호기심일까요
애처로움인가요
창문은 빼꼼히 피부를 찢었고
찢긴 피부 틈으로는
아직도 채 식지 못한 당신의 체온이 흘러내리고 있어요
수직으로 낙하할 수 없는 체온은
구심점을 찾아 이리저리 창문 틈을 기웃거리다
결국은 창문 속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운명을 이해했겠군요
두렵지만 단호하게
오늘의 주인공인 당신은
봉인된 그 꿈속을 걸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