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가벼워야 합니다
더 얇아져야 할까요
바람의 발걸음이 경쾌한 것처럼요
고샅을 훑어내리는 빗방울
뒤란을 흠뻑 적시고 동풍을 살그머니 깨워요
봄비의 시간이 펼쳐지고
열매의 계절이 열립니다
겨드랑이에서 날개는 돋아날 때부터
매 순간 추락을 예약하고 있다지요
햇발이 동풍을 탈 때마다
과실은 모양이 결정되어요
봄꽃의 향연에 야경도 불끈 솟아나지요
시큼한 말(言)이 뒤섞여 발효한 문장에는
설익은 기억들만 매달리네요
성근 씨앗만 게워내야 할 겁니다
왜
반년 동안 다듬은 고운 말은 그냥 삼켰을까요
녹슨 의문의 문고리를 남기면
삐걱거리는 궁금증이 펼쳐지고
감당할 수 없는 만큼 해거리를 낳게 되지요
궁금한 말과 어린 글이 섞여 발효하면
문장 속에는 부패만 주렁주렁 열립니다
설익은 추억들끼리는 어색해요
어색한 어린 열매는 잘라냅니다
그들도 생명이라고요
안타깝지만 가위를 들었어요
잘 벼려진 당신의 가위날로 문장을 읽어내야 합니다
내 것보다 더 예리하니까요
갈등 없이 솎아내고 잘라냅니다
잎이 없는 열매는 의미가 없는 것
해거리하는 시간을 닫으려
문장을 솎아냅니다
숭덩숭덩 어린 글들이 잘려나갑니다
올해는 풍년을 예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