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계절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언캐슬 Apr 10. 2024

적과摘果


나뭇가지

가벼워야 합니다

더 얇아져야 할까요

바람의 발걸음이 경쾌한 것처럼요


고샅을 훑어내리는 빗방울

뒤란을 흠뻑 적시고 동풍을 살그머니 깨워요

봄비의 시간이 펼쳐지고

열매의 계절이 열립니다     

 

겨드랑이에서 날개는 돋아날 때부터

매 순간 추락을 예약하고 있다지요     

햇발이 동풍을 탈 때마다

과실은 모양이 결정되어요

봄꽃의 향연에 야경도 불끈 솟아나지요     


시큼한 말(言)이 뒤섞여 발효한 문장에는

설익은 기억들만 매달리네요

성근 씨앗만 게워내야 할 겁니다

반년 동안 다듬은 고운 말은 그냥 삼켰을까요   

  

녹슨 의문의 문고리를 남기

삐걱거리는 궁금증이 펼쳐지고

감당할 수 없는 만큼 해거리를 낳게 되지요     

궁금한 말과 어린 글이 섞여 발효하면

문장 속에는 부패만 주렁주렁 열립니다

설익은 추억들끼리는 어색해요     

어색한 어린 열매는 잘라냅니다


그들도 생명이라고요

안타깝지만 가위를 들었어요

잘 벼려진 당신의 가위날로 문장을 읽어내야 합니다

내 것보다 더 예리하니까요

갈등 없이 솎아내고 잘라냅니다     


잎이 없는 열매는 의미가 없는 것

해거리하는 시간을 닫으려

문장을 솎아냅니다

숭덩숭덩 어린 글들이 잘려나갑니다  

올해는 풍년을 예감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꽃바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