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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본지 벌써 2주가...

그저 간단히 몇 가지만... (스포일러는 주의!)

다시 한 번 스포일러는 주의 하세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로운,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뭔가 써볼까 싶긴 했지만, 깊이있게 분석하고 싶다거나 대단한 뒷 배경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제 일에 바쁘니 그럴 시간도 의지도 없네요.


 제가 별로 읽어보지도 않고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아무래도 미야자키 하야오님의 진짜 은퇴작이 될 듯한 지브리 작품이라선지 각자 분석하고 느낀 바를 글과 영상으로 많이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터넷 상에 넘쳐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렇게 관심이 있지도 않고, 신경쓸 여력도 없고 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고 뭐라고 하시는지 글이나 영상을 자세히 보진 않았는데요. 여러가지 상징들에 대한 얘기들 또는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부분을 분석한 얘기들 그리고 이 애니의 뒷배경에 관련된 얘기 등등 여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간단한 몇 가지 얘기만 할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어쩌면 틀린 정보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감안해 주시고 이 사람은 이렇게 봤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우선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애니는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난 이런 시절을 이렇게 살았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전체 삶을 이야기 한 건 아니고, 어쩌면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이고, 영향을 미쳤을 것인 2차 세계 대전(태평양 전쟁) 당시에서부터 그 전쟁의 끝 까지를 들려주는 이야기 인 것 같습니다.

 애니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은 자신의 친어머니를 화마에 잃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정확히 구체적인 장면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동생이(이모) 새엄마가 되고, 또 어머니의 고향으로 내려가 살게되는데요. 이런 설정들이 일본의 과거 풍습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고 느낀 것은 여기에서 어머니는 과거부터 많이 사용되는 상징으로 나라 즉, '조국' 또는 '국토'를 뜻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친어머니는 태평양 전쟁 당시와 전쟁 끝 까지의 일본(미야자키 하야오의 조국)이고, 새어머니는 전쟁 후의 일본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이건 온전히 제 생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태평양 전쟁 전과 후가 국토가 불타고 파괴되긴 했더라도 전혀 다른 국가가 아닌, 물론 전쟁 이후에는 그 의미가 퇴색되고 다르긴 하다해도 입헌군주제 까지도 여전히 계승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실제로 과거 일본의 풍습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새어머니로 어머니와 혈연이 그대로 계승되는 이모를 설정한 것은 그러한 의미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친어머니를 화마로 잃는다는 것도 전쟁으로 잃는 '일본'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어머니를 다른 세계(이세계라고 할 수 있는)에서 만났을 때, 불을 발사하는데, 이런 능력도 전쟁하는 일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너무 무리하게 연결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제 생각이지만, 일본에 들어온 당시의 여러가지 사상들도 상징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우선은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여러 개인적 사상들에 대해서도 대충은 알아야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과거부터 이분은 일종의 좌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 전 과거에는 좀 더 공산주의 적이었던 것 같은데, 90년 대에 공산주의가 무너지고는 이러한 부분은 조금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서 지식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 중에 한국에서도 유명한 몇몇 분들이 보통 얘기하는 좌파로 알려져 있는데, 인랑같은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오시이 마모루감독 등은 익히 알려져 있죠. 

 무라카미 하루키작가 같은 경우는 좌파라고도 하지만, 미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진보성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님이 과거 어디선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일본에서 극렬하게 폭력적으로 시위하던 학생운동 전공투도 있었고, 일본에서도 과거에는 큰 시위가 꽤나 있었지만, 90년 대를 지나면서 세계적으로 공산권은 무너지고, 그러한 사상들이 허무주의로 바뀌면서 현재로 오면서 일본은 무기력 증에 빠지게 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잘못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미야자키 하야오감독도 약간 미묘한 부분이 있긴합니다만, 과거 작품을 보면 미래소년 코난같은 70년 대 말의 작품에서 자연주의적인면도 볼 수 있고, 애니 시리즈의 뒷 부분에서 나오는 인더스트리아가 무너지는 장면 등에서는 자본주의 산업이 혁명으로 무너지는 장면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자연과의 공생은 작품전반에 걸쳐 깔려있고, 반전주의이면서도 밀리터리에 관해서는 어떤 부분에 덕후라고 알려져서 미묘한 부분도 있고요(반드시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반딧불의 묘는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 직접 감독한 작품은 아니지만, 분명 강렬한 반전 영화이긴 하지만, 일본에만 초점이 맞춰져 보여지는 부분은 당시 일본제국주의에 식민지가 된 몇몇 타국에는 불편한 부분이 이기도 하고요. 

 반딧불의 묘에 대해서는, 이 작품에 대해 짧게 말하자면, 제 사견이지만, 천황을 위해 목숨도 내놓고 전쟁터로 나가라는 당시 일본의 목소리와 분위기에 대한 하나의 일본인으로서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하며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현재까지도 계승되어 오고 있는 일본 극우에 대해 반대 목소리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일본인으로서 일본에 대한 부분만을 보여주다보니 결과적으로는 마치 거대한 피해자인 것으로만 묘사되어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일본인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로 전쟁터로 몰아넣어진데에 대해 피해자일 수 있겠지만, 더 큰 범주에서는 일제가 일으킨 제국주의 전쟁에서 개인으로는 동조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또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국가라는 집단적으로는 가해자편에 들어 있는 것이니 작품에서 이에 대해 당시 더 열악했던 피해자에 대해 언급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와서 제가 상당히 모순적인 느낌을 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장면들과 캐릭터들은 일본이고 일본인 이라고 보이지만, 큰할아버지와 관련되어서는 확실하게 서양 즉, 유럽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분명 주인공의 할아버지로 혈연인데, 그는 유럽인 같다는 인상입니다.

 전 이러한 의도는 과거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유럽에서 들어온 갖가지 문명과 사상을 대표해 보여주려는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눈에 띄는 것으로 앵무새들이 있는데, 복장과 그 집단들의 모습, Duch 라는 구호도 보이고, 확실히 20세기 초의 전체주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은 마지막에 이세계를 탈출할 때 모두 같이 현세계로 나오는데, 현세계는 전쟁 이후의 일본을 뜻한다고 하면, 변형되긴 했지만 이러한 사상들이 여전히 태평양 전쟁 이후에도 일본의 사상에 남아 영향을 주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들만 나온 건 아니고 여러 캐릭터들이 다 현세계로 나옵니다. 전쟁 때부터 전쟁 이후로 이어지는 여러 사상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이러한 전체주의적이고  극우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으로요.


 훨씬 더 많은 상징과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이정도에서 마무리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본인은 이러한 문물과 사상과 환경이 작용하던 시대를 겪어 현재까지 살아왔다. 지금은 현재 나름의 시대환경과 문물과 사상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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