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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Mar 17. 2024

항공사가 잃어버린 건 수화물이었을까 양심이었을까

작년 말쯤 드디어 동남아 여행을 가보겠구나 하며 항공권과 숙소등을 예약하고 여행일이 다가올수록 기대에 부푼 나날을 보내던 나는 드디어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베트남에 도착해서 유심을 바꾸고 여행을 시작했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후 나는 다시 한국을 향해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할 즈음 베트남에서 사용한 유심을 빼고 한국에서 사용했던 유심을 갈아 끼우려고 했던 순간 나는 유심을 잃어버린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쉬운 대로 이미 잃어버린 거 찾을 순 없을 것 같아 빠르게 포기를 하고 대리점에 가서 유심을 새로 사야겠다고만 생각을 하고 공항에 도착 후 위탁을 맡겨두었던 수화물을 찾으러 갔다.


컨베이어벨트에서 하나 둘 차례로 나오는 케리어들을 보며 내 케리어를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내 케리어는 보이지 않았고 모든 케리어들이 나왔는지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아무런 케리어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컨베이어벨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제가 수화물 맡긴 케리어가 나오지를 않아서요 지금 모든 케리어가 나온 거 맞나요?"


-"네 지금 모든 케리어가 나온 것 같은데 고객님 케리어가 안 보이는 건가요? 그럼 다른 고객님이 가져가셨던가 베트남 쪽에서 고객님 케리어를 안 보낸 것 같아요, 다른 고객님이 가져갔다면 그 고객님도 자기 케리어를 찾아야 하니 다시 이쪽으로 연락이 올 테니 연락이 온다면 고객님과 연계해서 택배로 받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쪽에 고객님 케리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 오늘 메일을 보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직원의 답변을 듣고 나는 지금 당장 내 짐을 찾을 순 없을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한 후 바로 대리점으로 가서 유심칩을 새로 구매한 후 내 휴대폰에 장착하니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내가 이용했던 항공사직원이었고, 내 케리어가 컨베이어벨트에서 발견되어 연락을 했다고 한다. 연락이 왔던 시간을 보니 내가 공항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연락이 와있었던 것이었다.


휴대폰 유심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내 케리어는 간단히 찾을 문제였다.


문자를 확인한 나는 곧장 연락이 왔던 항공사직원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어째서인지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안내음만 나올 뿐이었다. 급한 마음에 택배로 받을 수 있냐는 문자를 남겨보았지만 그날 하루 내내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이 곧 오겠지 라는 믿음을 가진채 하루를 마무리하였고 다음날 오전 8시쯤 항공사 직원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고객님 ooo항공입니다. 어제 혹시 짐 못 찾고 나가신 거 있으실까요?"

-아 네 맞아요
 "그건 고객님이 직접 오셔서 찾아가셔야 합니다. 미수령하신 거 맞죠? 손님이 안 찾아가신 거죠?"

-아 그게 안 찾아간 게 아니라 벨트에 껴있어서 못 찾아간 거예요

"손님이 미수령하신 부분은 택배로 보내드릴 수가 없고 직접 수령해 가셔야 합니다."

-아니 제가 안 찾아간 게 아니라 벨트에 껴있어서 못 찾아간 건데 이게 왜 미수령인가요?

 "벨트에 껴있다고 해도 이건 미수령으로 처리가 되는 거라 직접 수령하러 오셔야 합니다."


이렇게 통화를 하고 난 후 바로 다시 항공사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늦어도 오후 2시까지는 꼭 오셔야 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아쉬웠다. 이런 게 정말 규정상 안되는 것인지 본인들이 택배를 부쳐주는 게 귀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케리어에는 내 이름과 해당 항공사에 위탁을 맡길 때 손잡이 부분에 감은 내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고, 내 케리어에는 이전에 위탁을 맡기며 붙여진 내 이름이 써져 있는 스티커들이 많이도 존재했다. 그리고 혹시나 택배를 받을 때 확인사항이 필요할까 싶어 당시에 이용했던 비행기티켓과 수화물을 맡기며 받은 티켓도 소지하고 있었다. 본인확인은 충분히 가능했을 테고 그와 더불어 확인이 되니 택배를 보내주는 것도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저 본인들이 불편할 뿐이라고만 보인다.


이런 아쉽고 불편한 마음을 가진채 나는 왕복 8시간을 운전하게 되었다. 공항과 내가 거주하는 곳이 거리가 너무 멀기에 택배로 보내주면 안 되냐는 내 요청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되었다. 


허탈한 하루를 끝내며 글을 써본다. 그리고 묻고 싶다. 항공사나 공항 관련 업을 종사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위 내용의 일들이 정말 규정상 안 되는 것인지 본인들의 귀찮음에 양심을 버린 행위인지 


본인들이 양심을 버린 행위라면 나 이후의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적절한 조치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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