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게 되었다.
드라마 전체를 다 보지는 못하였고, 작품 중 몇몇 장면들만 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박지환 배우와 최영준 배우가 연기했던 장면이 나에게 가장 공감이 되고 와닿았던 내용이 있다.
서로가 없으면 안 될 사이였던 둘이 오 헤로인해 원수사이가 되고 수많은 과정들을 통해 마지막엔 다시 화해하는 장면을 보니 나에게도 극 중에서 나오는 이들처럼 나만의 블루스, 어쩌면 나와 너의 블루스가 있었지 싶다.
학창 시절 내내 함께했던 각별한 친구가 있었다.
사고뭉치 같던 우린 그렇게 10대 시절을 늘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줄만 알았다.
우린 그 당시 각별했던 사이었던 만큼 조금 더 소중히 조금 더 아껴주어야 했던 사이었던 것을 망각한 채 서로에게 더욱 함부로 더욱 짓궂은 말과 행동을 일삼았다.
성인이 되고 각자 다른 곳에 거주하게 되면서 만남의 횟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고, 서로가 시간을 내서 만나거나 명절 같은 때에 나 보는 게 고작일 정도의 삶이 오게 되었다.
평소 연락은 자주 안 해도 만나기만 하면 어색함 하나 없이 가장 각별했고 가까웠던 그때로 돌아가고는 하였는데 이런 반가움을 가지는 시간도 잠시였고 작은 오해로 인해 우리가 멀어질지는 나도 몰랐고 너도 몰랐을 테고
심지어 우리 주변 사람들 모두가 몰랐을 것이다.
다른 무리의 친구들과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을 때 너의 소식을 들었던 나는 많이 놀랐다.
내가 가장 믿고 있던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너 하나만큼은 나와 함께할 소중한 친구였다고 생각했던 네가 나를 그렇게나 나에 대해 험담을 하고 수많은 유연비어를 퍼뜨린다는 것에
매일을 함께하던 그 시절에 그런 말을 들었다면 가당 치도 않다며 코웃음 치며 웃어넘겼겠지만, 그 당시에 나는 왜 그 말들을 믿고 너에게 사실확인조차도 하지 않고 혼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그런 사소한 오해였을 말들에 혼자서 몇 달을 힘들어하며 너와 만나려 했던 추석 명절날 동네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있던 그 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던 너와 나는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충돌하였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돌아서며 각자의 집으로 향하던 날 그날의 풍성한 한가위라는 말처럼 거리도 사람들도 모두가 웃음 가득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날, 마치 우리는 그날 밤하늘에 걸린 보름달처럼 얼굴이 많이도 부어올라있었지
멋진 20대를 함께 시작하자며 다짐했던 말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각자의 20대를 보내게 되었고 너의 근황이 궁금하여도, 너와 술 한잔하고 싶을 때도 부단히 도 노력하여 그 선택을 참아왔다.
그렇게 우리가 왜 다투었는지 왜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는지 이유조차도 잊어버린 채 그저 네가 밉다는 생각만 가진채 살아와버린 우리의 20대
그랬던 나의 20대의 마지막 여름 우연찮게 연락온 너의 연락에 소스라치게 놀라움과 반가움이 있었다.
잘 사냐 라는 너의 말과 무덤덤한 척 잘 산다는 나의 대답에 할 말은 많아 보였으나 참고 있을 너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머뭇거리는 너의 입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말과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고 덤덤하게 축하한다고만 말하고 다음에 술이라도 한잔하자며 끝내버린 연락을 지금도 가끔은 후회한다. 나에게 연락하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지 나는 알기에
우리 철없던 그 시절 웃으며 말했던 그 약속 기억나는가 친구야
내가 아들 낳고 네가 딸을 낳으면, 내가 딸을 낳고 네가 아들 낳으면 우리 꼭 사돈 하자고
잊고 살던 그날의 약속을 우연찮게 보게 된 드라마 한 장면을 보고 반가움에 눈물을 흘렸다.
언젠간 아니 조만간 술이라도 한잔 할 수 있길 바라본다.
그리고
결혼축하한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