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는 건 두려운데 말이예요
바다가 그리워요.
잠기는 건 두려운데 말이예요.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머리칼을 간질였으면 좋겠어요.
눈이 시린 건 불편한데 말이예요.
부드러운 파도가 내 발가락을 어루만졌으면 좋겠어요.
신발이 젖는 건 싫은데 말이예요.
짙은 바닷물이 나를 삼켰으면 좋겠어요.
목소리가 묻히는 건 달갑지 않은데 말이예요.
그럼에도 파도가 바다가 물살이 나를 감싸안겠노라 한다면
나는 기꺼워하며 내 온 몸을 내줄 거예요.
발끝부터 천천히 녹아드는 걸 느끼며 눈을 감을 거예요.
그럼 내 두려움이 원망이 증오심이 공포심이 외로움이
괴로움이 자괴감이 불안감이 그리움이 자책감이 자괴감이
미안함이 무력함이 권태감이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까요.
나는 내가 아닌 그저 수많은 물방울 중 하나가 되어 모래알에 부서질까요.
햇빛에 반짝이는 파도조각이 될까요.
아름다운 파도가 될까요.
잔잔한 바다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