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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나 Feb 17. 2024

물방울이 떨어진다

계속해서 떨어진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계속해서 떨어진다.


이윽고 그 물방울들은

하나의 커다란 웅덩이가 되어

주변 모든 것을 잠기게 한다.


그럼에도 물방울은 쉬지 않는다.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깊어진다.


작은 생명들은

속절없이 그 웅덩이로

그 깊은 물 속으로 잠겨들어간다.


의미없는 마지막 숨이 보글거리며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럼에도 물방울은 쉬지 않는다.


누군가가 행복을 약속했던 낡은 다리도 물에 잠긴다.

누군가가 그리워했던 언덕도 물에 잠긴다.

누군가가 증오했던 주차장도 물에 잠긴다.

누군가가 외로워했던 정류장도 물에 잠긴다.

누군가가 슬퍼했던 학교도 물에 잠긴다.

누군가가 괴로워했던 골목도 물에 잠긴다.


그럼에도 물방울은 쉬지 않는다.

어느새 웅덩이는 고요한 바다가 되었다.


모든 것을 삼킨 바다는 그제서야 만족스럽게 파도소리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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