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수리공이 있을까요
다리가 부러진 의자는 새로 다리를 달아주면 되고
시든 꽃은 예쁜 화분에 분갈이해서 물을 주면 되고
구겨진 페이지는 살짝 적셔서 펼쳐 눌러주면 되고
더러워진 거울은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면 되고
멈춰버린 시계는 새 배터리를 사서 갈아주면 되고
낡은 인형은 솜을 더 넣어 새 천을 기워주면 되는데
너덜해진 내 마음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새로 다리를 달고
물을 주고
눌러서 닦고
갈아주고 기워주면
의자처럼 꽃처럼 책처럼 거울처럼 시계처럼 인형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조금 흠이 있을 뿐인 멀쩡한 마음이 될까요
아니면 다른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사용주의 취급주의 그런 다양한 안내문이 가득 달린 물건처럼
그렇게 조심스럽게 깨질까 없어질까 날아갈까 망가질까 얼러주고 달래주면
다시 새 것처럼 혹은 그보다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마음이 될까요
아니면 다른 특별한 수리공이 있을까요
엔지니어 테라피스트 그런 다양한 이름이 붙은 전문가들처럼
그렇게 망가진 마음만 가득 끌어안고 보살펴주며 적절한 치료법을 다해주는
다시 새 것처럼 혹은 그보다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마음으로 만들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