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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Feb 28. 2024

건국전쟁은 보아선 안 될 영화인가

건국전쟁이라는 영화가 나왔다. 다큐멘터리 필름도 영화이므로 영화라고 칭하겠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하는 영화가 나왔고 관객수가 무려 100만명을 넘었다. 초대박 중 초대박이다. 건국전쟁이 정치적으로 편향적이고 역사왜곡이 심하니 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신나서 클릭한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런 글이 아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사과부터 박고 시작하겠다. 나는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왜곡을 해도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게 '영화'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영화를 '선전매체'로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글을 계속 썼다. 내 브런치 글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왜 예술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냐,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를 주구장창 한다. 예술이 세상을 바꾼 적이 없으며, 변호인이 천만을 넘는 시기에 진행되었던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된 것이 그 예시라고. 코미디 프로의 정치 풍자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해서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무도에서 여성 폄하를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여성을 폄하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역사 왜곡이 심각한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그 영화를 보면 안 된다던가 만들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해선 안 된다. 그냥 안 보면 된다. 내가 티켓을 사지 않으면 될 일이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만오천원을 내야한다. 만오천원을 내고 선동당하려고 가는 사람은 없다. 두시간짜리 영화를 본다고 해서 철학이 바뀌는 사람도 없다. 다큐 영화를 보고 그걸 실제 역사라고 인식할 사람이면, 그 영화를 안 봤어도 역사에 무지한 사람이다. 보고 싶은 사람은 돈 내고 보면 되는 거고, 관심 없으면 안 보면 될 일이다. 왜 봐야한다 말아야한다 주장을 하냐 이거다. 


정치 다큐가 장사가 된다는 사실은 10년도 전에 증명되었다. 무수히 많은 정치 다큐가 나왔고, 만든 사람은 떼돈을 벌었다. 정치인에 관련된 다큐, 사건사고를 파고드는 다큐, 운동을 다루거나 운동가를 다루는 다큐 등 정치적인 다큐는 무수히 많이 생산되었다.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른바 '영혼 보내기'. 그 다큐가 내가 지지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면 내가 보러갈 시간이 없어도 표를 사는 행위다. 내 몸은 못 가지만 영혼을 보내겠다는 뜻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보지도 않을 영화 티켓을 산다는 소리다. 위 문단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영화 제작자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영혼을 보내면서까지 관객수를 늘려준다고 해서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철학이 힘을 얻지 않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건국전쟁 감독은 돈방석에 앉았을 것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다큐 영화가 100만을 갔으니. 손익분기를 아무리 높게 잡아도 만명 남짓일 것이다. 99만 x 15,000 = 약 150억이다. 이중 극장에 반이 가고 나머지를 제작사와 투자사가 나누는데 다큐영화이니 아마도 감독이 제작자일 것이고 본인 투자금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70억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나지 않나. 영혼을 보낸것의 결과가 이거다. 제작자의 배가 많이 부른다. 


영화가 재밌으면 보면 되고, 재미없으면 안 보면 된다. 불쾌하니 보면 안 되고, 특정 계층을 비하하니 보면 안 되고, 혐오표현이 들어가서 보면 안 되고, 제작자의 의도가 불순하니 보면 안 되고, 좌파영화라 보면 안 되고, 우파영화라 보면 안 되고, 친정부성향이라 보면 안 되고, 반정부성향이라 보면 안 되고, 제발 그딴 소리 좀 그만 하라는 거다. 범죄도시1은 장첸이 부하의 아내를 건드리는 장면과 마동석이 룸살롱에 가는 장면 때문에 여혐영화라고 욕을 먹었다. 결과는 어땠나. 범죄도시2에서는 사모님 역할을 제외하곤 아예 여성 캐릭터가 없어졌고, 관객은 천만을 갔다. 원하는 결과가 이런 건가. 영화를 당신이 지향하는 운동의 선전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영화는 그냥 영화다. 화는 정치권에 내라. 이런 이유로 나는 건국전쟁 같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영화라도 개봉하고 관객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더이상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논란' 눈치 좀 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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