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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Mar 12. 2024

예측의 공허함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책을 많이 읽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게 언제까지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말은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예측 수준'에 머물 때에만 유효하다.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세계다. 


다음 소프트 시절부터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하셔서 기억하고 있던 송길영 선생이 '시대예보'라는 책을 썼다. 워낙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 훅 읽힌다. 비소설 책을 보지 않는 내가 읽을 정도면 말 다했지. 하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가 예보하는 시대는 코로나가 바꿔놓은 현 시대가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유효하다. 빅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고 신통방통하게 맞추던 그도 코로나는 예측하지 못했다. 새로운 코로나가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코로나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 코로나가 세계 인류의 흐름을 바꾸어버렸듯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이전의 세계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발발했을때 이렇게 길게 가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거의 모든 전문가는 전쟁이 빨리 끝날 거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했고, 아무도 이렇게 장기화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현대의 역학관계와 전쟁은 예측 수준을 벗어난다. 언제 어디서 또 전쟁이 터질지 모르고, 우리나라도 그 후보 중 하나인 것이 안타깝다. 미국이 아무리 이스라엘에게 그만하라고 메시지를 보내도 이스라엘이 무시하는 이유는 정치적 이유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멈출 수가 없는 입장에 놓여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무려 미국을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젤렌스키와 푸틴에겐 출구가 없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누구나 그럴듯한 예측을 한다. 곧 시장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측이다.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나 뿐이다. 영화 투자가 다시 활성화 될 거라는 말이 4년째 지속되고 있다. 범죄도시2, 한산, 범죄도시3, 서울의봄, 파묘 등 대박 영화가 나올때마다 영화 투자가 살아날 거라고 했다. 2024년 메이저 투배사가 투자한 영화는 0편이다. 이제 드라마 투자까지 얼어붙었다. 흥행작은 계속 나오는데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만 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시장이 나아질 거라고 예측하는 걸까? 


비트코인이 1억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이 1억을 갈 거라는 예측은 많이 있었으니 세상의 예측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신기루에 불과하며 1억을 가지 못할 거라고 예측한 전문가가 훨씬 많다. 코인이야말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이고, 오히려 내가 이 글에서 주장하는 예측 불가능성의 증거로 쓰여야 한다. 비트코인이 1억을 갈 거라고 예측했던 사람이 많았다면 다들 떼 돈을 벌었어야 하지 않을까. 불과 한 달만에 가격이 두 배가 뛰었으니 말이다. 


사람은 예측 불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앞날을 미리 알려고 노력한다. 아버지는 책을 많이 읽었고, 송길영 선생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누군가는 사주를 보고, 누군가는 도사를 찾아간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세상이 갑갑하지만, 예측은 공허함만 낳는다. 나의 지금의 노력들이 아이폰이 이미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를 강타한 상황임에도 네비게이션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SKT같이 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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