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을 통해 뉴스만 보고있다. 커뮤니티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랬더니 너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모른다. 심각하다고 느낀건 카녜 웨스트가 내한을 했다는 것을, 내한을 하고 돌아갈때까지 몰랐음을 깨달았을 때이다. 완전 세상과 동떨어져서 살고 있구나.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뭘 하고 있는지는 다 꾀고 있으면서, 정작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있다. 모든 세상사가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니니까. 나는 사람을 만나지도 않으니 정보를 얻을 창구가 없다. 다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애초에 그럼 내가 왜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를 멀리 하게 된 것일까?
기억 나는 모먼트는 댓글이 거짓 여론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다. 아무도 관심 없는 것에 논란이라고 사과하라고 댓글이 도배된다거나, 여론조사와 반대되는 의견이 댓글 창을 압도하고 있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 댓글을 보는 것이 오히려 거짓 정보를 얻게 될 확률이 커지니 댓글을 보기가 싫어졌다. 무엇보다 모든 기사와 게시물에 댓글만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그로, 병먹금, 관종 등 사람들을 열받게 함으로서 댓글을 많이 받고 좋아하는 이런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에게 댓글창은 놀이터요 테마파크요 세상 그 자체다. 감동을 자아내는 영상에 초를 치는 댓글을 단다거나, 정보성 글에 거짓 정보를 다는 등 광역 도발을 시전한다. 그래서 댓글 창을 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젠 그 정도가 심해져서 기사든 소셜 미디어든 이슈화 된 모든 컨텐츠에 그런 댓글종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그들의 실제 삶이 힘든건 알겠는데, 왜 그 스트레스를 남에게 풀어야만 하는걸까?
모든 잘못을 남탓을 하고, 스트레스를 남에게 해소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건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 받아주는 사람은 정신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혐오의 언어는 전염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잘 들어준다'라는 칭찬을 달고 산 사람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모두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그 이유도 분명하다. 나는 막내였고, 가족 중 가장 약자였으며, 모든 가족 구성원의 내리 갈굼이 나로 끝났다. 그래서 나는 남에게 절대 내 슬픔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컸다. 그래서 지금도 가장 힘들어하는 인간 관계가 말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논리적인 대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논리적인 대화를 하기 거부하거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임을 깨달으면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한다. 그런 신호는 보통 상대방이 대놓고 보낸다. '지나치게 논리적이네' 라던가 '왜 이리 따져' 라던가 '넌 꼭 뭐든 다 맞아야 직성이 풀리니' 라던가 '맞는 소리네. 처맞는 소리' 라던가 '너 T야?' 등 논리적인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은 차고 넘친다. 그런 신호를 다른 말로 해석하면, '난 말을 할테니 넌 듣기만 해. 말하지 마'이다. 여기에는 단서가 달린다. '대신 호응은 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응 응 이라고 대답은 해. 화내라면 화내고 슬퍼하라면 슬퍼해.'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 사람, 누구나 한 명은 알고 있지 않나? 당신은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다.
제작자 분 중 말이 많은 사람이 많다. 난 항상 그 점이 신기하다. 연출가 중에 말이 많은 사람은 적고, PD 중 말이 많은 사람은 많다. 직업과 성향이 이렇게 극명으로 갈리는게 너무 신기하다. 말이 많은데 나에겐 갑이니, 나는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이 사람은 말을 안 하면 죽는 사람이구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은데, 그 많은 말을 왜 나에게 해야 하는지 원망스럽다. 아마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이렇게 말을 쏟아내겠지. 어차피 대화할 생각은 없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일텐데, 그 대상이 왜 반드시 사람이어야 하지? 꼭 남에게만 풀어야 하는걸까? chatgpt-4o가 나왔으니, 이젠 AI에게 풀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상대방의 의견이 필요하지 않은 대화는 AI에게 하시라. 관심이 필요한 댓글 종자들도 AI에게 기사를 입력한 후 본인의 의견을 말하시라. 인기 컨텐츠 링크를 AI에게 보여준 후 원래 쓰려고 했던 어그로 댓글을 남기시라. AI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순기능이 아닐까 한다. 하긴, 다른 데서 풀 수 있는지 찾을 생각을 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사람에게 풀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