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파괴, 다양성, 그리고 보전
어떤 먹이를 얼마나 어떻게 먹을까
의식주!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생존의 기본 요소들이다. 특히나 먹는 것은 생사와 직결되며, 먹이를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새끼를 키울 때는 더욱더 중요시된다.
먹이가 풍부한 경우 경쟁 없이 모두가 음식을 먹고 공유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물은 환경이 품을 수 있는 숫자 이상으로 자손을 생산하여 경쟁이 일어난다. 경쟁은 크게 종안에서 발생하는 종내 경쟁, 종과 종 사이에 발생하는 종간 경쟁으로 나눌 수 있다.
종안에서 개체들의 형태, 행동, 생리학적 특징은 유사하다. 그렇기에 사냥 방법과 대상이 거의 일치하여, 결과적으로 먹이 구성이 거의 같다. 그렇기에 같은 장소에 있다면 같은 종끼리 자원을 두고 경쟁할 확률은 높다. 새끼를 키우는 번식기에는 요구되는 먹이량이 훨씬 많아지므로 특히 경쟁이 심하다. 새의 경우 비번식기에는 같은 종끼리 혹은 다른 종과 함께 섞여 다니기도 하지만, 번식기에는 세력권을 형성하여 다른 개체의 침범을 막고 그 안의 자원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밀집하여 집단 번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종이 다른 경우 사냥 방법과 대상이 정확히 같지는 않기에 경쟁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물론 서로 피식-포식의 관계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먹이 대상을 좁히거나 넓히는 등의 전략으로 경쟁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매우 유사한 먹이 구성을 보이는 경우 서식지를 달리 하거나, 사냥 시간을 달리 하거나, 사냥 장소를 세분화(예: 같은 나무에서도 하층과 상층으로 나뉘어 사냥)하는 등으로 경쟁을 줄인다.
팔색조는 새끼들에게 주로 지렁이를 먹이며 그 비율이 90% 까지도 보고된 바 있다. 도심에 사는 까치의 경우 인간이 버린 음식물도 먹고, 곤충을 사냥하고, 다른 까치둥지를 터는 등의 사냥에서 다양성을 보인다. 이 둘의 차이는 식단 특별화와 식단 일반화이다.
식단 특별화 종(diet specialist)의 경우 특정 먹이를 다른 종 보다 효율적으로 사냥하도록 진화된 경우이며, 식단 일반화 종(diet generalist)은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도록 진화된 경우이다. 그렇기에 같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경우 특별화 종이 일반화 종보다 더 효율적으로 잘 사냥하고 많이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 변화로 자신의 주요 먹이의 풍부도와 가용도가 낮아진다면 특별화 종은 다른 먹이를 사냥해야 하며, 일반화 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특별화 종이 상대적으로 환경 변화에 예민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팔색조는 대략 10,000 개체가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 종이다. 팔색조의 숫자를 감소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서식지 파괴가 꼽히며, 현재 진행형이다.
종 안에서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친구들끼리도 형태, 행동, 성격 등이 달라 같은 외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환경 변화에도 일부는 죽어도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여 종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화산폭발이나 쓰나미 같은 재앙이 아닌 이상 서식지 전체에서 종이 절멸할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인 변화에 종은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환경에 가하고 있는 변화들은 감히 앞서 언급된 재앙만큼이나 빠르고 급진적이다. 산을 밀어 도시를 세우면 동물은 다른 서식지로 이주해야 한다. 좁은 서식지에 모여 살게 되고 종간&종내 경쟁은 심화된다. 이주한 동물들 중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사라진다. 범지구적으로 서식지 파괴 속도는 무척이나 빠르며, 숫자가 적은 멸종위기 종의 경우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못해 멸종과 가까워지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생물 다양성과 보전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며 꾸준한 연구와 실행이 필요하다. 관심이 필요한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인 팔색조, 종의 생태에 기반한 보전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나의 이어진 연구 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