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류학자 Aug 26. 2023

미국에서 생태 연구하기 (2)

아침에 일어나니 어두워 보이지 않던 자연과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숲 그리고 계곡과 잘 어우러져 고즈넉하니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야생 칠면조들이 뭉쳐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스컹크, 그리고 유제류도 보였다. 퓨마와 곰도 주변에 있다고 들었는데 흠. 살고 싶기에 이 친구들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교수님께서는 오래전에 새를 연구하시던 중 곰을 만났다고 하셨다. 새끼곰도 옆에 있었는데 다행히 발각되지는 않았고 무사히 나의 지도교수님이 될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주변 식생관리를 하지 않는 매우 바람직한 자연인 곳이라 오래된 나무가 종종 쓰러지곤 했는데, 교수님께서 지나가는 순간 바로 뒤에서 큰 나무가 쓰러져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하셨다.


아침을 챙겨 먹고 연구를 하러 나섰다. 이제까지 교수님과 연구팀이 연구해 온 새는 메시칸제이로 지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여러 개체가 뭉쳐서 다니는 특성을 보인다. 스테이션 주변에 여러 멕시칸제이 그룹이 있고, 그룹 내 구성원이 어떻게 바뀌고 서열이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장기간 추해오셨다. 또한, 그룹 내에 서열에 따른 역할과 성격차로 나타나는 행동도 연구하고 계셨다. 멕시칸제이 사진을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Mexican jay - Wikipedia


교수님께서는 각각 그룹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셨다. 일단 첫날은 주변을 돌면서 모든 그룹을 확인하고 이 전해에 세팅해 둔 실험 장소를 복구했다. 실험을 위해서는 평지가 필요했기에, 작은 돌을 옮기고 부러진 나무를 치우는 등의 사전작업이 필요했다. 주요 실험 방법을 먹이를 제공해 행동을 유발하여 관찰하고, 전 과정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먹이를 둔다고 그냥 새들이 올 것 같지는 않아서 어떻게 부르시려나 궁금했다. 매우 놀랍게도 수십 년 전부터 이 연구스테이션에서 멕시칸제이를 연구해 오신 조류학자 부부가 계셨고 호루라기-먹이의 연관성을 훈련시켜 호루라기만 불면 새들이 날아왔다. 조류학자 부부는 지도교수님이 멕시칸제이를 이어서 연구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고, 그룹을 이루는 특성상 호루라기 경험이 있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개체가 이동하면 새로 태어난 새끼 역시 따라서 이동하기에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


그룹 별로 실험을 진행하기에 실험 포인트 사이에 거리가 멀었다. 교수님께서는 나보고 다음 장소를 찾아보라고 하셨는데, 처음 오는 낯선 땅에서 야생과 본능을 일깨워 빠른 속도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실험 장소를 다 살펴보고 나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오후 3시였다. 배고파하는 다른 연구자들을 본 교수님께서는 웃으면서 사진을 찍으셨고 "점심을 원하는 얼굴이군" 정확한 평가를 하셨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몇몇 그룹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웠고 옆집 호루라기 소리에 반응할 수도 있었기에, 팀을 나누어 동시에 호루라기를 불고 실험을 진행했다. 전화도 터지지 않는 오지라 무전기를 하나씩 챙겼다. 처음 써보는 무전기는 상당히 재밌었다. 각자의 위치에 도착하면 빠르게 실험을 준비했고, 무전을 쳐서 시작 가능을 알렸다. 


실험 직전의 모습, 멀리 카메라와 나무 뒤에 숨겨둔 가방이 있다.


실험과 더불어 그룹에 새로 유입된 새로 태어난 개체들에게 표식을 달아야 했다. 일반적으로 깃털이 없는 다리에 링을 부착하여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4개의 링을 왼쪽과 오른쪽 발에 부착하는데 그 색, 번호, 재질 등을 다르게 하여 많은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문제를 링을 부착하기 위해 새를 잡는 것이었다. 또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았다. 예로 잡을 때 최대한 주변에 다른 새가 없어야 했다. 혹시나 학습한다면 잡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새를 잡았다. 과거 선조들이 참새를 잡듯이, 큰 케이지 아래에 땅콩을 뿌리고 새가 케이지 안에 들어가도록 유도했다. 작은 나무를 이용해 케이지를 약간 세워두었고 나무에 실을 묶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를 당기는 전통적이지만 막강한 성공률을 보였다. 처음에는 많이 긴장하여 실패하자, 교수님께서 옆에 붙어서 노하우를 알려주셨다. 케이지 안에 가상의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새가 들어가는 순간 당기는 것이었다. 


교수님: "저기 중심에 있는 땅콩을 먹을 때 당기는 거야."

나: 꿀꺽, "네"

멕시칸제이: 터벅터벅... 고개를 스...으..윽 아래로...

교수님: "지금이야!!!!!"


교수님의 신호에 맞추어 줄이 당기고 케이지로 달렸다. 새는 놀라서 퍼덕거리며 탈출하려고 했다. 다칠 수도 있기에 빨리 새를 꺼내 전용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몇 번의 훈련을 거쳐 백발백중의 새잡기 장인이 됐다.


Acorn woodpecker. 인터넷에서 나무 구멍에 도토리가 잔뜩 끼워진, 환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것이다. 이 친구가 범인이다.

Acorn Woodpeckers and Oaks Go Together - Pacific Birds Habitat Joint Venture

Yellow-eyed junco

땅콩과 식빵으로 멕시칸제이들을 불렀는데, Acorn woodpecker와 Yellow-eyed junco를 포함한 다른 새들이 와서 같이 포식했다. 특히나 Acron woodpecker는 덩치가 커서 멕시칸제이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었고 땅콩만 골라 먹어 밉상이었다. 쫓아내고 아주 잠깐만 도망쳤다가 돌아오는 극강의 캐릭터였다. Yellow-eyed junco를 보고는 정말 미국새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에서 생태 연구하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