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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류학자 Jan 29. 2024

버티는 대학원생 / 공룡 논문 업데이트


2019년 가을에 시작한 연구가 지난주 금요일, 논문으로 나왔다. 1년 차에 시작한 연구의 성과를 5년 차가 끝날 때 받은 것이다. 대학원생이 성과를 얻기 위해 버텨야 하는 기간을 보여준다.


주변을 보면 대학원에 입학하여 첫 논문을 얻을 때까지는 3년 이상 걸리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심리적인 타격을 받는다. 나 또한 그랬다. 대학생 때까지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얻는 과정이 많다. 다양한 시험이 그 예시다. 우리는 그 성적을 받으며, 잘 하고 있구나 안심한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생각하는 성과는 논문으로, 단 기간에 얻을 수 없다. 스스로 이맘때쯤에는 논문이 하나 있겠지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통계가 잘 풀려야 하고, 교수님과 의사소통도 잘 진행돼야 한다. 부족한 점이 많기에 고쳐야 할 부분이 수두룩하고, 심지어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는 사이 목적을 잃고 시야가 좁아진다. 실험 실패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오고 표정은 무뚝뚝해진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표현을 드라마에서나 들었는데, 실제로 겪게 된다.


여느 때와 같던 퇴근길에 또 생각에 빠졌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 보니, 해가 지나서야 끝이 날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차오르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다음날 바로 심리 상담을 예약했고 유도장도 등록했다. 24시간 일만 생각하다가는 미칠 것 같았기에 운동으로 털어내고자 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하는 운동은 내 관심을 돌리고 시야를 돌려놓기에 효과가 좋았다. 심리 상담에서는 광광거리면서 울었다. 그렇게 회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새가 좋아서 새를 연구하러 대학원에 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성과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장착했다.


한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하신 말씀도 위로가 됐다. 대학원생은 성과를 마주하기 어려운 위치이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자주 겪는다.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는 것도 중요하고, 첫 번째 논문을 되도록 빠르게 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제는 튼튼하다. 좋아하는 일을 성실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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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 로봇 + 날개 조합은 사기라는 것을 직관 중이다.

2021년에 나온 나의 첫 논문이다. 조회수가 2532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략 4일 전에 나온 공룡의 원시 날개 기원 논문의 조회수는 2923이다. 팔색조야 눈 감아...ㅠㅠ


그리고 Metrics가 뭔지 모르다가 오늘 눌러보았는데,

독자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기 조합으로 상위 1%에 안착했다 ㄷㄷ


이런 지도도 보여주는데, 북한이 있었다. 혹시 조선일보를 북한으로 분류한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New York Times와 Science는 리스트에 보이지 않아 놓치는 기사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링크나 doi를 언급해야 하는 듯하다.


가장 신기한 것 역시나 위키피디아인데, 2024 in archosaur paleontology - Wikipedia

기록해 주신 분께 감사하다 (꾸벅)


이번 논문 링크를 보내며, 연구실을 졸업한 선배님들께 연락했다. 사실 응원 아닌 응원을 받고자 했다. 박사 취득 이후에도 원하는 여러 연구를 이어서 하고 싶다. 하지만 박사를 취득 이후, 교수님 품에서 벗어나는 순간 본격적인 고생 시작이라고 한다. 수년간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에서 과제를 따거나, 교수님의 과제에서 인건비를 받으며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기에 연구 하면서 꾸준히 과제에 지원하거나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생태 쪽에 일자리가 여럿 있는데, 다만 취직 이후에는 원하는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원하는 연구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정규직 직업은 (적어도 진화와 생태 쪽에서는) 교수뿐인 것 같다 (더 있다면 제발 알려주시길 바란다 ㅠㅠ).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면 돈 걱정이 줄겠지만 원하는 연구를 하지 못한다. 연구를 이어서 한다면 경계적 불안정을 버티며 커리어를 쌓아 교수에 지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 취직하기는 어려워진다. 이쪽저쪽 이런 사실을 말하며 찡얼거리는 이유는, 할 수 있을 터이니 해보라는 응원을 듣고 싶은 나의 알량한 마음 때문이었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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