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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희 Feb 06. 2024

(하루 일상)  설날

그때는 행복하였습니다. 지금은?

며칠이 있으면 설날입니다. 지금은 설 직전입니다. 이 시기를 노래한 농가월령가의 일부를 옮겨 적어봅니다.

   


설 쇠기 전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중략-

음식장만하여 보세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을 갈아 두부 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은 계를 믿고 북어를 장에 사서

납평날 창애 묻어 잡은 꿩 몇 마리인고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날밤이라

술 항아리 술 드리니 돌 틈에 샘물소리

앞 뒷집 떡 치는 소리 예나 나고 저기도 난다

새 등잔 세발심지 밤새도록 불 밝혀서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하는구나


설날의 흥겨움이 담겨 있습니다. 제 기억 속의 어린 시절도 그렇게 보냈습니다. 정말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지금 원하는 모습으로 추억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즐거웠으며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은 맞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설날의 행복은 그 모든 것이 추운 날씨 속에 부모님의 노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지요. 명절날 가족의 행복이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요.


나이가 듬에 따라 설날의 흥겨움은 가슴속에 추억으로 있고, 현실은 돈과 물질이 설날이 되고 차가운 날씨만이 떠돌고 있습니다. 설날은 떠나 버렸습니다. 떠나간 설날의 추억이 내 아이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추억은 행복으로 남고 내 아이에게도 먼 훗날 행복한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농경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명절이 현대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으로 다가서는 시간이 그립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한 가족 간에는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행복이 남아있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행복하고 즐거운 설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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